지난 11일 싱가포르 에어쇼 개막식이 열린 창이공항 상공. 에어쇼 시작과 함께 우리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T-50)기 8대가 일사불란하게 관객석으로 날아오더니 신호에 맞춰 각 방향으로 퍼졌다. 항공기가 지나간 하늘엔 빨갛고 파란 연기의 줄이 생겼다.

싱가포르 상공에 태극·하트 수놓은 T-50…"원더풀"
블랙이글 편대(사진)는 1번기를 중심으로 쐐기 모양으로 정렬해 빙글빙글 돌아가며 마치 한 대처럼 움직이는 ‘롤(roll)’ 기동을 펼쳤다. 또 상공에 태극과 하트를 그리자 관객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대학생 마웬청(22·여·싱가포르)은 “8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블랙이글 공연은 단연 화려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국산 초음속항공기 T-50 8기 편대로 구성된 블랙이글팀은 2012년 영국 와딩턴에어쇼와 판버러에어쇼에 참가해 최우수디스플레이상, 인기상을 각각 받았다. 조종사의 실력과 공연의 아름다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업적 성격이 강한 이번 에어쇼에서 주최 측이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을 초청, 20여분간의 개막 공연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인도네시아 공군의 주피터팀은 국산 항공기 KT-1 6기로 공연했다.

블랙이글팀은 항공기를 분해해 운송했던 2012년 영국 에어쇼와 달리 이번에 T-50을 직접 몰고 원주기지를 출발해 싱가포르로 갔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어 에어쇼 현장까지 약 5400㎞를 비행했다.

이번 에어쇼는 T-50의 우수성을 세계 항공시장에 알리고 수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T-5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성용 사장은 “세계 항공산업은 2020년께 7600억달러 규모로 커져 자동차를 제치고 최대 규모의 단일 제조업이 될 것”이라며 “블랙이글팀의 공연은 최근 T-50 판매 협상을 진행 중인 필리핀과 보츠와나, 칠레, 르완다 등에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 및 군수 전문 컨설팅 업체 틸그룹의 리처드 아부라피아 부사장은 “T-50은 공격 성능을 가진 FA-50으로 개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KAI는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에어쇼에 참석한 70여개국 항공산업 및 군 관계자들과 T-50, 수리온 헬기, 항공유지보수(MRO) 등의 수주 가능성을 타진했다.

에어쇼 현장을 둘러본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을 적극 연계해 항공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뒷받침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국방부 공동취재단/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