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9


타이밍 놓쳐 파문확산시, 집권 2년차 국정동력 상실 우려한듯
윤진숙 자질논란속 결국 경질…朴대통령 '인사실패' 재부각
차제에 소폭 개각까지 번지나…경제팀 교체여부도 주목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건의를 즉각 수용한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에서 비롯된 예기치 않은 파문을 조기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어민들이 큰 타격을 받고 박 대통령이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고 '옐로카드'까지 내민 상황에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이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는 무신경한 발언으로 민심이반을 초래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청와대의 전격적인 윤 장관 경질은 그간 누적됐던 각료들의 실언파문이 가라앉을만 하다싶을 때 다시 터져나옴으로써 정부와 여당의 처지를 매우 곤혹스럽게 만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장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칫 경질 타이밍을 놓쳤다가 민심이 더욱 악화돼 집권 2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각부처의 업무보고가 진행 중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질을 선택한 것은 이런 절박감이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의 입장도 신속한 해임결정의 요인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의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제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모르겠다", "민심이 얘기하는 것과 좀 동떨어진 면도 없지 않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날 시작된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 못지 않게 윤 장관 거취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총리는 오전까지만 해도 윤 장관을 경질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며 '사과'하는 수준에서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오후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의 질의에 "해임 건의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해 사실 깊이 고민 중이며, 깊이 고민해서 오늘 중으로 결론을 내겠다"며 해임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예상 밖 언급은 청와대와의 '교감설'로 이어졌다.

정 총리의 해임건의가 헌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기는 하지만 청와대로부터 모종의 사인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급반전'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정황적으로도 총리의 해임건의 용의 발언에서 해임결정에 이르기까지 불과 2시간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은 점도 이미 정해진 수순에 따른 절차를 밟아나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이번 윤 장관 경질은 한동안 잠잠했던 '부실 검증', '인사 실패' 논란을 재현시킬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윤 장관의 발탁을 '모래밭 속의 진주'로 비유할 정도로 '손수' 인선을 챙겼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해당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드문 여성인재여서 발탁했다"고 소개한 적도 있다.

윤 장관의 경질로 '원포인트 개각'이 이뤄지게 됨에 따라 차제에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실언 등으로 구설에 자주 올랐던 경제팀에 대한 교체, 즉 부분 개각으로까지 발전할지도 주목된다.

윤 장관 외에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교체 여부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현 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언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총지휘해야 할 경제수장이라는 점과 후임을 고르게 되면 다른 장관급 인사보다는 더욱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교체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정 총리도 대정부질문에서 현 부총리에 대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해임건의 요구에는 "부총리가 사과를 했고 지금은 경제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그런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