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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부터 온갖 질타받아…오염사고 실언에 발목

취임 전 인사청문회 단계부터 온갖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잇단 구설에 오른 끝에 결국 중도 낙마했다.

지난해 4월 17일 장관으로 취임한 그는 295일 만에 경질됐다.

300일을 눈앞에 뒀지만 이마저도 채우지 못했다.

윤 장관은 국무위원 자격 검증 단계인 인사청문회 때부터 자질 논란이 제기됐지만 야당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장관 자리에 올랐다.

인사청문위원들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특유의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던 시도로 혹독한 질타를 받았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는 사태가 있었고 불성실한 답변 탓에 의원들에게 사과를 하기까지 했지만 흔치 않은 '여성 해양전문가'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가까스로 해수부 수장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번 해양 오염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윤 장관은 사고가 터지고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일부터 구설에 올랐다.

사고 당일에 신속하게 현장에 오지 않고 하루 늦게서야 왔다고 피해 어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는 당시 "보상문제는 원유사와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정부 역할에 선을 그어 주민 가슴에 불을 질렀다.

나프타 냄새가 진동하는 현장에서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린 사진이 보도되는 통에 여론의 집중공격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지난 3일에는 방송 뉴스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독감으로 인한 기침 때문이었다"며 "그걸 두고 제가 냄새 때문에 코를 막았다고 하는 이상한 얘기가 자꾸 들리더라. 오해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윤 장관은 진지하게 답변하지 않고 웃음 섞인 답변으로 일관해 오히려 반감만 키웠다.

그는 방송에서 자신이 자꾸 구설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윤진숙이라는 이름이 뜨면 자주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런 발언과 태도 때문에 해수부 안에서도 "방송에 출연한 것은 큰 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5일 새누리당 당정협의에서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한 발언은 결정타로 작용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경질론이 흘러나왔다.

윤 장관은 취임 후 국회에 출석하거나 방송에 나갈 때마다 장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는 남북협력기금 관련 질문에 "보고받은 게 없다"고 답하는 등 부실하거나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 자질 시비가 재연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인근 수산물을 수입 중단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을 가리켜 "저렇게 비도덕적인 애들"이라고 거침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연구원 시절 이명박 정부의 해수부 폐지에 반대해 정치인 등을 상대로 해수부 존속을 설득하는 활동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북극항로를 개척해 국내 해운사의 시범운항을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하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 등 극지 활동을 강화하는 사업에 역점을 두고 오는 12일 장보고기지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미혼인 윤 장관은 부산여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지리학박사를 받았다.

199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으로 시작해 취임 전까지 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으로 재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부활한 해수부의 첫 장관이 됐지만 결국 부적절한 처신과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끝에 불명예 퇴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