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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가 처신 제1원칙?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여수 기름유출사고 방제현장에서 코를 막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윤진숙 장관은 모 방송에 출연해 "이는 독감으로 인한 기침 때문이었다"며 "그걸 두고 제가 냄새 때문에 코를 막았다고 하는 이상한 얘기가 자꾸 들리더라. 오해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진을 찍은 당사자로서는 이 해명이 의아했다.

'장관도 코를 막을 정도로 기름냄새가 심하다'는 현장상황을 독자에게 전달하고팠는데 '이상한 얘기'니 '오해'니 하며 해명에 애를 쓰는 모습이 오히려 이상스럽게 보였다.

주민 십여 명이 기름 냄새 때문에 병원에 실려갈 정도의 상황이라면 코를 막든, 마스크를 착용하든 하등 문제가 될 게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윤 장관의 수행원이 "장관이 착용할 마스크라도 일단 구해오라"고 누군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기름유출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신덕마을에서 보여준 장관의 처신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냄새와 관련해 윤 장관은 "나프타가 유출돼 유독 냄새가 많이 나 심각하게 보일 뿐이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량은 얼마 안 되는데 휘발성이 강한 나프타가 냄새를 퍼트려 심각하게 보인다는 취지로 들렸다.

현장을 뒤늦게 찾았다는 지적에 대해 "얼굴마담하러 간 게 아니라 주민 위로하러 갔다"고 답한 윤 장관은 위로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는 말을 듣고 방제작업 중 기름 묻은 장갑을 끼고 항의하러 온 주민을 '일정이 바쁘다'며 물리치고서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재발 방지책을 촉구하며 '장관과 이야기하고 싶다.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민에게는 "이후 일정이 끝나고 꼭 그렇게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하더니 결국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윤 장관 대신 해양환경정책 과장이 신덕마을 이장과 지역 기초의원을 만나 의견을 듣는 데 그쳤다.

당시 현장에서 윤 장관은 "보상문제는 원유사하고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고 정부 역할에 선을 그어 주민들 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았다.

해수부도 장관을 닮았는지 한곁에 물러나 훈수나 두는 꼴이다.

"시설주인 GS칼텍스가 1차 보상을 하고 선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는 입장 발표는 또 하나의 피해자인 업체 측에 아마도 하나마나한 '헛 훈수'로 들렸을 것이다.

윤 장관은 전날 출연한 방송에서 본인이 자꾸 구설에 오르는 이유는 "인기 덕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역시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윤 장관이 서울의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웃고 있는 사이 여수의 신덕마을 주민들은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를 맡으며 '재발방지와 피해보상'의 하소연을 들어줄 공복(公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995년부터 최근까지 여수 해상에서 10t 이상의 기름이 유출된 사고는 10건 이상 발생했다.

반복되는 인재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환하게 웃는 모습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