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때는 민주, 선긋는 安…'동상이몽'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24일 오찬 회동을 계기로 민주당과 안 의원측간 '정책연대'가 6·4 지방선거 국면에서 본격적인 '선거연대'로 확장할지 주목된다.

안 의원의 3월 신당 창당 방침 발표로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 관계설정 문제가 야권의 화두로 떠오른 미묘한 시점에 두 사람의 회동이 전격 이뤄지기 때문이다.

회동의 1차적 목적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공동대응 방안 모색이지만, 양측 모두 승부수를 던진 지방선거 관련 이슈도 자연스레 테이블 위에 올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야권연대의 불씨를 살려가려는 민주당과 달리 안 의원측은 계속 선긋기에 나서는 등 '동상이몽' 양상이 계속 되고 있어 이날 '대좌'에서 선거연대와 관련해 가시적 성과가 도출될지는 극도로 불투명해 보인다.

지난해 9월 안 의원이 서울광장에서 천막농성 중이던 김 대표를 찾은 적이 있지만, 배석자 없는 '양자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과거 김 대표가 방송인 시절 진행하던 토크쇼에 안철수연구소(현재 안랩) 대표였던 안 의원이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된 뒤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만남을 자제해왔지만 두 사람간에 신뢰는 어느 정도 구축된 관계라는 후문이다.

특히 이번 회동을 제안한 김 대표는 '야권 분열=필패'라는 위기감 속에 연대 및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김 대표가 야권연대 및 야권의 지형재편 문제를 꺼내들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핵심 관계자는 "어디까지 얘기가 될지는 미리 예단할 수 없다"고 여지를 두었다.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연대가 없다는 것은 전형적 정치선동으로, 박근혜정부 심판을 하려면 당연히 연대해야 한다.

여든 야든 분열한 세력은 패배한다"며 야권연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탈당한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영화배우 문성근씨도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 "연대를 안하고 각자 뛰면 다 망한다"며 안 의원에 대해 "정당을 만드는 입장에서 미리 연대 얘기를 하면 동력이 덜 생기는 측면이 있겠지만, 국민의 압박에 따라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연대 논의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민주당의 최근 '우클릭(중도·보수층 겨냥한 정책강화)' 움직임도 안 의원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당 정체성 재정립 작업과 관련, "하위변수로 안철수 세력과의 연대 문제도 얘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야권연대는 이날 회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못박았다.

신당이 뜨기도 전에 야권연대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안 의원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안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당공천제 폐지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등 두가지 사안에 대해서 범위를 한정해 만나는 것"이라며 "다른 건 안하기로 했으니 (김 대표가) 안 꺼내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의 금태섭 대변인도 전날 교통방송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인터뷰에서 "창당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얘기를 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