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게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특권’도 적지 않다. 국회 회기 중에는 KTX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계산은 하지만 나중에 정산을 받는다.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을 지원하려는 취지지만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용해도 확인하기 어렵다.

해외 출장 및 여행 시 국회의원들은 공항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 또 회원 대우를 해주는 골프장이 적지 않다. 2000억여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의원회관에 45평 규모의 널찍한 사무실에서 9명의 전용 보좌관을 두는 것도 다른 나라 국회에서는 보기 힘든 특권 사례로 꼽힌다. 사무실 운영비는 물론 보좌진 9명의 인건비도 전액 국가에서 지원한다. 의원 1인당 보좌진 급여 지원은 연간 3억6880만원에 달한다. 유류비와 차량 지원비(렌트비)도 월 145만8000원씩 지급된다.

의원들이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 등으로 활동하며 받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사용처를 알리지 않고 ‘눈먼 돈’처럼 쓴다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지침에 따라 특경비는 카드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첨부해야 하지만 국회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해 특경비 등으로 28억4400만원을 집행했으나 지급일자, 금액, 사유 등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의원들에게 지급된 이 돈은 사실상 개인 세비처럼 쓰인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경비 사용 시 영수증을 첨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의원도 많다. 지난해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특경비를 개인 돈처럼 썼다고 낙마시켰지만, 정작 본인들도 이 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