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정보교환도 안돼…스위스 '금궤 무관세' 요구가 발단
20일(한국시간)로 예정됐던 스위스와 한국 간 관광 및 무역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갑자기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20억원어치 수출물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둘러싼 통상마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순방 성과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당초 한국관광공사 및 무역보험공사가 스위스 측과 관광 및 무역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스위스 측이 갑자기 이 행사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16일 오전에 행사 취소를 한국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OU 체결은 박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 일정에 맞춰 양국이 준비해 온 것으로 외교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MOU 체결은 한·스위스 경제인포럼 직후 진행될 예정이었으며 한·스위스 정상회담과 패키지로 묶여 있었다. 청와대 측도 “포럼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MOU 체결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를 방문할 예정이던 강기홍 관광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출국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소식을 미처 통보받지 못한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이날 오전 출국했다.

스위스가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게 급하게 행사 취소를 통보한 것은 관세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5일 열린 한·스위스 관세청장 회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양국 관세청장이 만났는데 평소 국가 간 회담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측이 무리한 요청을 해온 것이 한국 관세당국을 자극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이와 관련, 백운찬 관세청장은 “외교적 사안을 감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스위스와 분쟁의 발단이 된 물품은 한국이 수입한 금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소속 국가로 수출입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세청은 스위스의 원산지 증명이 부실해 3%의 관세를 매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정보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공사는 17일 오전 현지에서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무역보험공사 측은 이날 오후에 KOTRA 취리히 무역관 등으로부터 이런 소식을 접하고 MOU 체결 파트너인 스위스의 무역보험을 담당하는 기관인 SERV에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하고, 이를 무역보험공사에 알려주는 것이 정상이지만 산업부도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뒤늦게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와 산업부가 제대로 정보를 교환하지 않은 것을 놓고 통상교섭권을 산업부에 넘긴 뒤 두 부처 간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의 최종호 참사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MOU 체결은 취소되지 않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도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는 “MOU 체결은 취소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김용준/임원기/정종태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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