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붕괴 25년, 게르만의 비상] "통일비용 대폭 줄이려면, 제 2·3 개성공단 만들어라"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나와야 한다.”

하르트무트 코시크 독일 연방의원(7선) 겸 재무부 정무차관은 지난달 18일 독일 현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조언했다. 코시크 차관은 10년 넘게 한·독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을 만큼 독일 내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알려졌다. 코시크 차관과의 인터뷰는 베를린 연방 의회의사당 내 그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을 맞는다. 독일의 통일은 이제 완성됐다고 봐도 무방한가.

“물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통합이 이뤄졌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진정한 통일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25년이 걸릴 수도 있다.”

▷왜 그런가.

“일부 동독 출신들은 자신을 통일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도 있다.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앞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다.”

▷독일의 통일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했다. 이 때문에 통일 비용도 적지 않았다.

“인정한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불과 몇 달 전 장벽을 넘다 희생된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통일은 일반 국민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앞으로 한국이 통일 비용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개성공단이 좋은 사례라고 본다. 독일도 통일 전 개성공단이 있었다면 통합 과정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물론 경제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간 교류를 통해 정서적인 이질감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아울러 북한 경제가 자생력을 갖춘다면 통일 이후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 이후 1 대 1 화폐개혁으로 수많은 동독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해 대거 도산하면서 일자리도 함께 사라졌다.

“옛 동독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자연 도태된 것이다. 대신 지난 25년 동안 420만개의 경쟁력 있는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다. 당시 사라진 일자리는 어차피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었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동방정책’으로 동서독 간 격차와 이질감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논란이 있는데.

“대북 지원이 일방적인 시혜가 돼서는 안 된다. 줄 땐 주더라도 철저하게 그 가치를 평가해 반대급부를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과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그런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최근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됐다.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장성택은 사실상 군부에 의해 축출당한 것으로 본다. 이제 실권은 군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향후 남북 관계가 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상황 변화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냉정하게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야당 대표 시절에도 방북해 김정일을 만난 분이다. 최근 박 대통령과 직접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남북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한국은 참 대단한 나라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 냈다. 한국인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박 대통령도 독일의 경제 시스템을 한국에 접목해 앞으로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하더라. 한국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도 통일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

[장벽붕괴 25년, 게르만의 비상] "통일비용 대폭 줄이려면, 제 2·3 개성공단 만들어라"
■ 하르트무트 코시크는 …


독일 연방의원 겸 재무부 정무차관(54). 그는 지난해 9월 총선 때 고향인 바이에른주에서 7선에 성공했다. 집권여당인 기독민주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기독사회당 소속이다. 1998년부터 10년 넘게 한·독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는 등 독일 정치권의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한경·POSCO 포스코경영연구소 공동기획

베를린=이호기 기자/최용혁 POSRI 책임연구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