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 추진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경제 살리기가 더 급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대통령은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빠져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회복의 불씨가 조금 살아나서 경제가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이런 것(개헌 추진)으로 또 나라가 다른 생각 없이 여기에 빨려들면 이 불씨가 꺼지고 경제회복도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는 다른 생각 말고 국민소득 3만달러,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기틀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개헌 포기’가 아니라 ‘개헌 추진 유예’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여권 내 반응이다. 박 대통령이 당장의 개헌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의 향후 개헌 논의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여야 의원 116명이 참여하고 있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상반기 중 개헌 공론화에 나설 방침을 세웠고, 강창희 국회의장은 이달 중 의장 직속의 개헌자문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하는 등 개헌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 내 개헌추진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중심의 개헌 추진은 박 대통령의 공약”이라며 “다만 당장은 경제회복에 힘을 쏟아야 하는 만큼 개헌 논의를 당분간 미루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올해 중엔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과 언론에서 제기됐던 개각 가능성에 대해 “현재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정말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내각이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업무에 전념하고 정부 전체가 힘을 모아 국정 수행에 전력투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경제부처 장관에 대한 비판론을 의식한 듯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일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과거 정국 전환이나 분위기 쇄신 수단으로 개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를 위해 이런 이벤트성 개각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문제에 대해선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소모된 것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행히 지난 연말에 여야가 많은 논의 끝에 국가정보원,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했고 국가정보원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했기 때문에 이제는 제도적으로 그런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우리가 함께 미래로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