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논란' 의식해 상임위 소관업무 일정 편성
예결위는 해외출장 예산 아예 불용처리 '몸조심'

12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정치 휴지기'인 1월로 접어들자 여야 의원들이 속속 외유에 나서고 있다.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12월 임시국회가 이어진 데다, 작년 하반기 내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 대형 이슈가 끊이질 않으면서 숨돌릴 틈 없는 시간을 보낸 탓에 그동안 미뤄온 외국 출장을 한꺼번에 떠나는 것이다.

특히 작년에 예결위원의 해외 시찰이 '외유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의식해서인지 올해는 상임위원회별로 소관 업무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을 짜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관행적인 '외유성 나들이'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일정을 무조건 보안에 부치는 경우도 나타났다.

5일 각 상임위에 따르면 법제사법위는 민주당 소속 박영선 위원장과 새누리당 권성동 김도읍, 민주당 박범계,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지난 4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미얀마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고 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두 나라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비롯해 이슬람 법문화를 탐방하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도 민주당 소속 최규성 위원장과 같은 당 김우남 의원이 지난 4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라오스 시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두 의원은 양국의 농림부처 장관을 면담하고 농업기술 해외 전수 및 자원 공동개발 목적으로 농촌진흥청이 현지에 세운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시찰한다.

정무위도 새누리당 김재경 강석훈, 민주당 강기정 김기식 의원이 '4인1조'로 5∼12일 영국, 벨기에, 프랑스를 돌며 금융감독기구를 방문하고 당국자와 면담할 계획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 해외 금융기관을 방문하려다 취소했던 일정을 이제야 가게 됐다"며 "유로존 재정위기에서의 EU 역할을 점검하고 상임위 최대 현안인 금융감독체계 개편, 소비자보호원 설치 등 사례를 살피려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외교통일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상임위 차원이 아닌 다른 동료 의원들과 그룹별, 테마별 해외 의정 활동에 나선다.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은 국방위 소속 같은 당 한기호 의원,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김춘진 의원과 함께 8∼12일 미국 워싱턴, 뉴욕을 방문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 외교협회(CFR), 한미경제연구소(KEI), 브루킹스연구소 등 미국 싱크탱크 한반도 전문가들과 면담한다.

새누리당 소속 안홍준 외통위원장은 일부 기획재정위원, 복지위원과 함께 10∼22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지원되는 동남아 지역의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네팔 등을 방문해 우리 정부의 ODA(공적개발원조) 지원 현장을 점검한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다음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2014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여야 의원 4∼5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위는 민주당 김현 의원이 정부기관 시찰을 위해 4박5일 일정으로 이스라엘로 향했고, 다른 일부 정보위원들도 해외 출장을 검토 중이다.

안전행정위는 조만간 3박4일 일정으로 동남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국정원개혁특위에서도 '국정원개혁 논의 2라운드'를 앞두고 선진 정보기관 실태 파악을 위해 이달 중 미국 또는 이스라엘 등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방안을 양당 간사가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론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철도파업, 기초연금 등 현안이 있는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복지위 등은 상임위 차원의 해외시찰 계획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새누리당 복지위원은 "기초연금뿐 아니라 의료민영화 등 민감한 문제들이 남은 상황에서 국회를 비웠을 때 받게 될 비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나아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올해 아예 1억 원 안팎의 해외출장 예산을 불용 처리했다.

해마다 새해 예산안을 '늑장처리'한 직후에 예결위원들이 해외여행 길에 오르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는 예결위가 헌정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자마자 곧장 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를 떠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조기 귀국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이군현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김광림, 최재천 의원 사이에 외유성 예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박경준 기자 yjkim84@yna.co.kr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