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예산 국회 통과] 정쟁하다 '지각 심의'…막판엔 쟁점 법안과 '흥정'
새해 예산안이 2년 연속 해를 넘겨 처리된 것은 국내 정치의 후진적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여야가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한 해 나라 살림살이를 결정할 예산안을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해 12월31일 오전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내세운 국가정보원 개혁안에 합의하고 오전 10시께 국회 본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일부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에 반대하며 예산안 처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새누리당은 외촉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정원 개혁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놨다.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원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외촉법을 처리하자고 했지만 박 의원은 “이 법(외촉법)만큼은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결국 여야 법사위원들이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등 검찰 개혁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외촉법은 해를 넘긴 1일 오전 3시35분께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본회의는 개의된 지 24시간여 지나 안건 처리를 마무리했다.

예산안이 해를 넘겨 가까스로 처리됐지만 여야가 예산안을 졸속으로 심사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는 민주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등으로 12월10일이 돼서야 첫 회의를 열었다. 355조8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20일 정도 만에 심사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예산안 자동상정제도가 실시돼 국회가 예산안을 늑장 처리하는 악습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자동상정제는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 11월30일까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는 제도다. 하지만 여야가 본회의에서 대치하는 것과 같은 돌발변수 때문에 구태가 반복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