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예산 증액, 선거 앞두고 쪽지예산 또 등장

1일 확정된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은 복지, 창조경제, 일자리 등 국정과제 대부분을 정부안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새마을운동 등 이념논란을 빚은 분야와 군 사이버사령부 등 대선개입 의혹의 중심에 섰던 분야의 사업예산은 감액을 피하지 못했다.

여야의 약속에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챙기기 위한 '쪽지 예산'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재정건전성 확보차원에서 총지출액을 총수입 감소폭보다 4천억원 크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정부안서 1조9천억 감액…복지예산은 크게 늘려
2014년도 예산은 당초 정부안의 총지출액 357조7천억원 중 5조4천억원을 감액하고 3조5천억원을 증액해 전체적으로 1조9천00억원을 삭감했다.

정부안에서 삭감된 주요사업을 보면 공자기금 국채이자상환 예산을 신규발행 국채 이자율(4.8%)의 과다계상을 이유로 1조원 줄였고, 예비비를 1조8천억원 감액했다.

국세수입 감소에 따른 교부세·교부금 감소로 8천억원이 줄었고, 행복주택 관련 사업계획 변경을 반영해 5천억원을 제외했다.

이밖에 쌀소득보전 변동직불금에서 850억원, 민자유치건설보조금에서 800억원, 해외자원개발 융자에서 494억원 등을 삭감했다.

주요 증액사업을 보면 우선 복지 예산 증가가 눈에 띈다.

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정부안 대비 5%포인트 올림에 따라 보육료 예산은 3조765억원에서 3조3천292억원으로 올렸고, 양육수당 예산은 1조1천209억원에서 1조2천153억원으로 증액했다.

0∼2세 보육교사의 수당을 월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3만원 인상하면서 근무환경개선비 예산을 304억원 늘렸다.

또 초등돌봄교실 시설비 소요재원의 70%를 국비로 지원키로 해 1천8억원을 추가했다.

정부안 대비 복지분야의 순증액은 4천400억원으로 전분야에서 가장 높았다.

국가장학금 지원사업은 정부안 3조3천75억원에서 1천500억원을 추가로 반영했다.

농가소득 지원차원에서는 쌀 고정직불금(1㏊당 80만원→90만원)과 동계 이모작 직불금(1㏊당 20만원→40만원) 단가를 높이기 위해 각각 860억원, 453억원을 추가했다.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금은 국민 정서를 고려해 2013년도 수준인 293억원을 되살렸다.

◇박근혜표 예산 지키고…국방·대선개입의혹 예산 감액
창조경제, 일자리 등 이른바 '박근혜표' 국정과제 예산은 대부분 유지하거나 늘어난 증액된 반면 대선개입 의혹을 샀던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국가보훈처와 사이버사령부의 예산이 줄줄이 깎였다.

창조경제타운 예산은 정부안 45억원에서 71억원으로 늘었고, 체험·실습공간인 무한상상실 확충예산은 정부안 11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랐다.

유망 지식서비스 분야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스마트벤처 창업학교 확충예산도 75억원에서 135억원으로 커졌다.

한편 대선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군 사이버사령부의 예산은 군무원인건비(-14억5천만원), 정보통신기반체계 구축(-3억7천만원) 등에서 감액됐다.

기획재정부 예비비가 5조3천343억원에서 1조7천989억원으로 감액된 가운데 예비비에 포함됐던 국정원의 예산도 상당폭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새마을운동(-3억원), 새마을운동 지원(-18억원), 새마을운동세계화(-5억원) 등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은 예산 전액이 깎이거나 감액됐다.

이승만 박사 전집 발간(-1억원),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12억원) 등 논란을 빚은 국가보훈처 일부 사업 예산도 줄었다.

국방예산은 정부안보다 1천200억원 줄어든 35조7천억원으로 책정됐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4.0%로 증액분은 주로 병사 월급인상과 급식·생활환경 개선 등에 쓰였다.

한국형 차기구축함 예산 30억원이 전액 깎였고, 차기전투기(FX) 사업(-3천664억원), 장거리대잠어뢰(-100억원) 사업 등이 정부안보다 줄었다.

◇지방선거 앞두고 또 쪽지예산…SOC 4천억↑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끼워넣기는 똑같이 재현됐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로·하천·철도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정부안보다 4천억원 늘었다.

여야 지도부나 예결위, 국토위 의원의 지역구 챙기기도 뚜렷이 나타났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경북 경산)의 지역구를 관통하는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은 정부안보다 130억원 증액돼 1일 본회의가 정회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예결위원인 새누리당 유승우(경기 이천) 의원과 민주당 윤호중(경기 구리) 의원의 지역구가 연관된 이천-문경 철도건설, 별내선 복선전철 사업은 각각 100억원이 더해졌다.

상주-영천 간 민자고속도로 건설보조금은 200억원 증액됐다.

상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종태(경북 상주) 의원 역시 예결위원이다.

도로나 철도 이외에도 지역의 하천정비, 생태하천복원, 관광개발사업 등과 관련해 예산 증액이 많았다.

◇총지출 줄여 재정건전성 소폭 개선
재정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는 정부안보다 소폭 개선됐다.

총수입이 369조3천억원으로 정부안(370조7천억원)보다 1조4천억원 감소했지만, 총지출이 이보다 더 많은 1조9천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관리재정수지는 25조5천억원 적자로 정부안보다는 4천억원 개선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1.8%로 지난해 추경 당시 수준을 유지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GDP 대비 적자비율을 추가로 높이지 않는 선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최대한 확장 재정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가채무는 514조8천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4천억원 축소됐으며 GDP 대비 36.4%를 보였다.

작년 본예산 대비 총지출 증가율은 4.0%로 정부안(4.6%)보다 떨어졌다.

분야별 재원배분을 보면 일반·지방행정 분야가 정부안보다 1조4천억원이나 줄었고,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6천억원 늘었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전년 대비 9.3%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정부는 2014년 예산의 공고안과 배정계획을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연초에 곧바로 집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세종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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