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민주 >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왼쪽)이 31일 밤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기식(가운데), 박지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심각한 민주 >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왼쪽)이 31일 밤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김기식(가운데), 박지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를 앞둔 31일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처리란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구두합의한 외촉법 처리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세법개정안 등 처리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민주당이 두 번의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원내대표 간 수차례 협의를 거치는 진통 끝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업위) 산하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해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법안, 외촉법 및 세법 개정안을 ‘패키지 딜’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이 외촉법을 밀어붙이자 김기식 박영선 김현미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야당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미 의원은 “부자증세인 소득세구간조정 및 법인세 최저세율인상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바꾼 것”이라며 “외촉법을 끌고 들어오면 예정된 조세소위를 열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줄 것은 주자”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지만, 오후에 세 시간여 동안 열린 첫 번째 의총에서 거센 반대에 부딛쳐 결론을 못 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외촉법 개정안 처리문제와 관련, “‘부자증세’ 관철 등을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외촉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당 지도부에 통보했다. 전 원내대표는 의총을 정회하면서 “외촉법을 지키면서 예산안과 법안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문제가 있지만 외촉법을 (처리)해주면서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느냐 (결정해야) 할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밤 8시에 속개된 두 번째 의총에서도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반대 의원들을 상대로 “양보해달라”며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외촉법 개정안은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증진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하는 등 여러 차례 국회 처리를 촉구할 만큼 현 정부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공을 들여 온 법안이다.

외촉법 개정안의 골자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회사와 합작 투자해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100%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50%로 낮추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손자회자의 증손회사 지분율 규정 때문에 투자유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야당에 외촉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해왔다.

외촉법이 시행되면 현재 일본 기업과 신소재 합작투자에 나선 SK종합화학, GS칼텍스 등이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1만4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여권은 강조해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