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위가 31일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은 반전을 거듭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했다.

여야가 양보없는 밀고 당기기를 펼치며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고, 개혁안 처리가 내년도 예산안이나 쟁점법안 등과 복잡하게 얽혀 협상은 될듯말듯 수차례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3일 양당 대표·원내대표가 4자회담을 열어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에 합의를 할 때만 해도 협상은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10일 국정원 업무보고가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의 '선친전철 답습' 발언 등을 이유로 파행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사태를 봉합한 여야는 12일 국정원의 자체개혁안을 보고 받았지만, 개혁안 수위에 대해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새누리당은 충분한 개혁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한 반면, 민주당은 "쥐꼬리 개혁안"이라며 맞섰다.

특히 여야는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출입문제, 대공수사권 폐지 문제 등을 두고 대치를 이어갔다. 이후 전문가 공청회와 전체회의 등을 거치면서도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여야는 새누리당 김재원 간사와 민주당 문병호 간사가 별도 회의를 통해 개혁안을 합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양 간사는 26일 국정원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튿날 세부 사항에서의 충돌로 협상이 중단돼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안이 시한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28일에는 문 간사가 김 간사의 지역구인 경북 청송으로 찾아가 폭탄주를 곁들인 2시간여의 '만찬회동'을 했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

휴일인 29일에는 급기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간사의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완책을 제시하는 등 '최후 통첩'을 했다.

그러나 애초 약속한 처리시한인 30일에도 여야는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원내대표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논의해 대부분의 합의를 이뤄냈지만, 막바지에 정보위를 '전임 상임위'로 바꾼다는 것을 명문화 하느냐를 두고 충돌해 결국 애초 약속한 처리시한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문 간사 대신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로 협상 주자를 바꾸기도 했다.

문 간사가 여당이 내건 협상 조건에 크게 반발하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온데다, 여당이 "문 간사에게 실권이 없고, 지도부가 자꾸 새로운 요구를 내놓는다"고 반발한 점을 고려한 조치로 알려졌다.

특위가 개혁안 통과라는 결실을 본 것은 31일이 되어서였다.

오전 간사 협의를 통해 조율을 마친 여야는 전체회의를 열어 7개 법안에 걸쳐 25개항목을 바꾸는 개혁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에는 국정원 직원의 사이버정치활동 처벌, 국회의 예산 통제권 강화, 내부고발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날도 여당 위원들은 "안보활동 강화를 위한 방안은 빠졌다"고 반발하고 유기준 의원은 도중에 퇴장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정세균 위원장은 "여야 모두 미진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남은 활동기간인 내년 2월말까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도개선을 이루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위는 앞으로 국정원 해외파트·대북파트 역량 강화방안과 대공수사권 문제 등을 의제로 개혁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연정 기자 hysup@yna.co.kr,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