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무수행 잘하고 있다 66%…소통은 부족
한국경제신문은 박근혜 정부 취임 첫해를 마무리하는 31일 국내 학계, 연구계, 산업계, 금융계 등을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 177명을 상대로 ‘새 정부 첫해 평가 및 2년째 과제’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박근혜 정부의 첫해 국정운영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와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각각 2.9%, 63.7%였다. 응답자 3명 중 2명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반면 ‘대체로 잘 못하고 있다’와 ‘매우 잘 못하고 있다’는 각각 31.6%, 1.8%로 나타났다.

직무 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고 답한 전문가를 대상으로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7.5%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참모진의 보좌 능력’과 ‘장·차관의 집행 능력’을 꼽은 비율은 각각 16.7%, 6.3%였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서 고쳐야 할 점을 묻는 주관식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89명이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한 대학 교수는 특히 정치권과의 소통 문제를 언급하며 “정치는 일방통행일 수 없다. 내가 옳으니 나한테 맞추라는 식은 아집이며 갈등만 증폭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참모와 장관들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 대통령이 원칙에 얽매이다보니 유연성이 떨어진다”, “독단적인 인사 스타일을 버리고 인재를 넓게 써야 한다”는 지적도 다수였다.

대통령 취임 첫해 가장 잘한 일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43.8%가 ‘순방외교’를 꼽았다. 박 대통령이 임기 첫해 다섯 차례에 걸쳐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동남아 등을 강행군하며 세일즈 정상외교를 펼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대북정책’이 30.8%로 뒤를 이었다.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남북 실무급 회담 일방 연기 등 잇단 무리수에도 원칙에 입각해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공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방만 경영을 수술하기 위한 ‘공기업 개혁’도 비교적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취임 첫해 가장 잘못한 일로는 ‘정치권과의 소통’을 지적한 응답률이 41.2%로 가장 높았고 ‘내각 및 공공기관장 인사’(28.2%)가 뒤를 이었다. ‘경제살리기’를 가장 잘못한 일로 꼽은 응답자도 전체의 18.2%에 달했다. 성장률이 하반기부터 3%대로 회복되고 신규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지표상으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나 체감경기가 낮아 정부 대응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새 정부 출범 2년째에 집중해야 할 최우선 국정과제는 무엇인가’란 주관식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경제살리기’라고 답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투자를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대표는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끼는 강도가 가장 낮은 중산층과 사회취약층을 배려할 수 있는 제도 및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과 ‘공공부문 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은 전문가도 다수였다.

남은 임기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기대감이 높았다.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란 응답률이 50.6%에 달해 ‘지금과 비슷한 것’이란 응답률 42.3%보다 높았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응답자는 전체의 7.1%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