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민주 '부자증세' 가닥
삼성·현대차 법인세 부담 年 수백억씩 늘듯
정부 "세수 늘지만 소비·투자 위축시킬 것"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경DB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경DB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3억원 초과 과세표준 구간을 낮추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하폭과 관련, 민주당은 1억5000만원, 새누리당은 2억원 초과를 각각 주장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고세율은 유지하되 적용 대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세수 1700억~3200억원 증가

29일 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따르면 여야가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을 낮출 경우 2011년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구간의 최고세율을 35%→38%로 올린 이후 2년 만에 소득세 부과체계가 달라지게 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당초 현 구간 유지를 고수해왔던 새누리당이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할 것을 주장해온 민주당과 타협 접점을 찾기 위해 최고세율 구간을 2억원 초과로 낮출 수 있다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꾼 데서 비롯됐다. 새누리당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물리는 민주당의 ‘부자증세’를 받아들이는 대신 당정이 입안한 의료비·교육비 등의 세액공제 전환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의 법안 통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절충이 현실화될 경우 억대 연봉자들의 세금 부담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3억원 초과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인원은 3만3000명으로 이들에게서 걷는 연간 세수는 6000억원가량이었다. 최고세율 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출 경우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는 12만4000명으로 늘어난다. 연간 32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전망이다. 과세표준 1억5000만~3억원 구간에 있는 억대 연봉자의 경우 1인당 연평균 352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2억원 초과로 정해지면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인원이 7만8000명으로 늘어나고, 세수는 연간 1700억원 증가한다. 이 구간 소득자가 추가로 안는 세 부담은 378만원 정도다.
[법안처리 막판 '진통'] 최고세율 구간 2억으로 낮추면 억대 연봉자 세금부담 年 378만원 늘어

◆증세, 투자·소비만 위축시킬 것

여야는 또 법인세 최저한세율(각종 감면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기존 16%에서 17%로 1%포인트 높이기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최저한세율이 1%포인트 높아지면 1900억원 정도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세 최저한세율 상향으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규모가 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경우 연간 수백억원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실효세율은 각각 16.3%와 15.8%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여야 간 ‘빅딜’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세수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기업의 투자나 고소득층의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만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세 최고구간 하향 조정에 대해 “고소득자에게는 증세와 다름없다”며 “가뜩이나 세무조사 강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움츠러든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에 대해서도 “대기업에 세부담을 증가시켜 법인세율을 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정치권의 편의적인 세법 개정이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세정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세제를 왜곡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하고, 매출 상위 1%의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