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발(發)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이 26일로 18일째를 맞았다.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코레일 17조원 적자는 독점구조에 따른 방만 운영 때문이 아니고 정부의 부실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코레일 및 공기업 개혁’을 명분으로 이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방만한 코레일의 경영을 질타했다.

[철도파업 장기화] '코레일 적자' 공방…정부 "하루 이자만 13억" vs 노조 "정책 탓"

○코레일 부채·적자 책임 공방

부채가 17조6000억원에 달해 하루 이자만 13억원에 이르는 코레일의 부실은 높은 임금 등 방만한 경영구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 부총리는 “2008년 7조원이던 코레일 부채는 5년 새 2.5배나 늘었다”며 “연평균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NS 등에서는 도로(한국도로공사 26조1000억원) 등 다른 공공 분야 공기업 부채와 비교할 때 코레일 부채가 유난히 많은 편은 아니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2005년 출범 당시 5조7000억원의 부채 인수에 철도차량 구입(2조5000억원)·공항철도 인수(1조2000억원)·회계 기준 변경(3조원) 등 코레일의 잘못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2005년부터 정부가 코레일에 4조3000억원을 지원했음에도 이 기간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났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특히 6000억~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던 2007~2008년의 경우 용산 철도정비창(역세권 개발) 토지 매각 대금 2조4000억원을 받은 뒤 임직원에게 2007년 1857억원, 2008년 3217억원 등 5000억원이 넘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용산 역세권 개발이 무산되면서 코레일은 결국 이 땅값 2조4000억원을 은행에서 빌려 다시 갚았다. 매출 대비 인건비가 47.5%로 외국 철도회사 인건비(30% 내외)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효율성은

철도파업의 시발점이 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대해 철도노조 등은 불필요한 경영진과 행정 직원이 늘어나 비용만 증가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수서발 KTX는 수서~평택(60㎞) 외 구간은 기존 철로를 사용하는 만큼 별도 회사 설립에 따른 효율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 부총리는 “독점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경영 개선이 어렵다”며 “코레일과 수서발 KTX 자회사가 서로 경쟁하면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코레일은 현재 운행 중인 열차 노선과 각 사업 부문의 이익 및 손해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도 보고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서발 KTX 자회사가 설립되면 코레일의 회계가 한층 투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SNS 등에서 철도노조의 주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많은 것에 대해 “초기 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영삼 정부 이후 20여년간 철도 경쟁 체제 도입에 실패한 만큼 정책 추진 초기부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지난 6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내용이 들어간 ‘철도산업 발전 방안’이 확정된 뒤부터 자회사 설립 등기 등 철도 경쟁 체제 추진 일정에 따라 파업을 준비해온 반면 코레일과 국토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