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엔 '장성택' 사라지고 '경제강국 건설' 독려 분위기

장성택 숙청 이후 '종파행위' 비판에 열을 올리던 북한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다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장성택 숙청 사건으로 조성된 '공포정치' 국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경제발전에 매진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1면에 실린 '연간 계획을 완수한 기세로 용기백배, 신심 드높이 힘차게 전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국 각지 생산 현장에서 올해 생산계획을 앞당겨 완수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황해북도 상원군 석회석 광산 노동자들이 중장비로 일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게재됐다.

신문은 강원도 원산 경공업 공장, 평안남도 안주 절연물 공장, 평안북도 신의주 기관차대 등이 올해 연간 계획을 이미 달성하고 그 여세를 몰아 '생산 돌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3면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 관철에 당 사업의 화력을 총집중하자'는 제목의 글에서는 각지 당 조직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인민생활 향상에 적극 이바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며 모범 사례들을 열거했다.

'생명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은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의 생명선"이라며 "김정은 원수님의 애국의 부름 따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투쟁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고 독려했다.

장성택과 그를 추종하는 '종파분자들'을 비난하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동신문은 지난 14일만 해도 장성택 처형에 대한 각계의 거친 '반향'을 전하고 정론을 통해 '종파 일당'을 맹비난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앞두고 빠르게 '추모 모드'로 전환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추모대회가 끝난 지 이틀 만에 바로 '경제강국 건설'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다시금 띄우고 있다.

조선중앙TV와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에서도 '장성택 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북한이 국가적 관심을 장성택 숙청 사건에서 경제발전으로 옮기려고 하는 것은 지난 17일 열린 김정일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도 감지됐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군을 대표해 결의 연설을 한 데 이어 장철 국가과학원장과 현상주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장이 각각 과학자와 노동자 대표로 연설한 것이다.

지난해 김 위원장 1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최태복 당 비서와 최룡해 총정치국장, 전용남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장이 각각 당, 군, 청년 대표로 결의 연설을 한 것과는 대조된다.

장 원장과 현 위원장은 김정은 정권이 목표로 내건 '경제강국 건설'과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강조하며 생산 현장에서 '새 기적, 새 기록'을 달성하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국면 전환'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현재 북한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경제발전"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민심을 얻고자 장성택 숙청 사건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경제발전의 목표 아래 주민들을 결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