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기] '김정은 옆자리'최용해, 2인자 부상…'張 라인'겉으로는 건재
17일 북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정일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는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북한의 권력 지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장성택의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맨 앞줄에 앉아 3년째를 맞는 김정은 시대의 핵심 엘리트임을 반영했다.

최용해는 김정일 2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높아진 위상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주석단에서 김정은의 바로 왼편에 앉아 명실상부한 ‘2인자’임을 드러냈다. 김정은의 오른편에는 헌법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자리했다.

최용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군을 대표해 결의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 혁명무력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르며 그 어떤 천지풍파 속에서도 오직 한 분 최고사령관 동지만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며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다짐했다. 전날에는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열린 김정은에 대한 인민군 충성맹세 모임에서 ‘대를 이은 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항일혁명투사’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올해 새롭게 주석단에 등장한 이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보안부장 등은 김정은 시대에 부상한 소장파 군부인사로 꼽힌다.

주석단 배치에서는 ‘혁명 1세대’에 대한 배려도 엿보인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여자 빨치산 혈통’의 대표인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이 주석단 맨 앞줄에 자리해 김정은의 오른쪽 세 번째에 앉았고, 그 옆에는 빨치산 동료인 김철만이 자리했다. 황순희는 김일성의 항일투쟁 당시 간호대원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지난해 추모대회에서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앉았던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순희가 주석단의 전면에 나선 것은 북한이 장성택 처형 직후 ‘빨치산 혈통’을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성택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을 거세하려는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된 지 며칠 만에 열린 2주기 주석단 앞자리에 황순희를 앉힘으로써 백두혈통을 옹위하는 빨치산 혈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경제 관련 인사 부각도 눈에 띈다. 김영남 옆자리에는 북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자리했다. 박봉주는 지난해 추모대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가 올해 주석단 중앙에 자리잡아 눈길을 끌었다. 그와 함께 주석단 첫줄에 자리한 곽범기 당 비서, 문경덕 당 비서, 노두철 내각 부총리 등도 경제 관련 인사로 꼽힌다.

특히 문경덕 노두철을 비롯해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도 주석단에 자리잡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상태에서 주석단에 등장했다는 것은 숙청 대상과 관련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내년 초 금수산궁전 참배 등 정치 일정이 계속 있으니 등장하는 인물의 면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교하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