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모대회 '김경희 자리' 앉아 눈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 맨 앞줄에 '여자 빨치산 혈통'의 대표 주자인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이 앉아 눈길을 끈다.

작년 1주기 행사 때는 주석단 앞자리에 없었던 그가 이번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오른편에 박봉주 내각 총리에 이어 세 번째에 앉았다.

그 옆에는 빨치산 동료인 김철만이 자리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작년 추모대회 때 같은 자리에 앉았던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불참을 대신한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150㎝도 안 되는 단신의 그가 94세 고령으로 주석단에 등장한 것은 북한 3대 세습체제에서 그가 차지하는 상징성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을 거세하려는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한 지 며칠 만에 열린 2주기 주석단 앞자리에 황순희를 앉힘으로써 백두혈통을 옹위하는 빨치산 혈통을 부각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순희는 작년 4월 김정은 정권이 공식 출범한 제4차 당대표자회에 참석해 김정은 제1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었고 그해 7·27 정전협정 체결일 행사 때는 휠체어에 앉은 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손을 잡고 반기며 '백두혈통을 받드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황순희와 그의 남편 류경수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의 생모 김정숙 등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빨치산 동료이자 절친이었다.

특히 이들은 빨치산 시절 김 주석과 김정숙 부부에 의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류경수는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인민군 창설을 주도했고 6·25전쟁 시기 서울에 첫 입성한 북한 105탱크여단 여단장으로 유명하다.

그는 1958년 군단장 재직 중 총기오발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가 있던 부대를 105류경수탱크사단으로 기리고 있다.

황순희는 김정숙이 사망한 이후 어린 김정일 위원장을 생모 못지않게 각별히 보살폈고 이런 남다른 인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은 황순희와 그의 자녀를 특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황순희의 외동딸 류춘옥은 김경희 비서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고 류춘옥의 남편이었던 김창선 현 국방위 서기실장도 이런 배경에 힘입어 김정일 정권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황순희의 개인사는 불운했다.

외동딸이자 버팀목이었던 류춘옥은 당 국제부 과장으로 김경희와 함께 김정일 위원장의 비밀파티에 단골멤버로 드나드는 과정에 알코올 중독으로 단명했고 두 아들 역시 교통사고 등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