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통치 스타일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은은 2011년 김정일 사망 직후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부터 김일성식 복장과 머리 모양을 따라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장성택 처형 과정을 살펴보면 할아버지의 정적 숙청 방식과 닮았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3년 뒤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이른바 ‘심화조 사건’을 통해 당 간부와 가족 등 2만5000여명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했다.

반면 김일성은 노동당 공식 기구를 통해 경쟁자들을 공개적으로 숙청했다. 1956년 ‘종파사건’ 때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활용해 반대파들을 제거했다. 남로당, 연안파, 소련파 제거 작업도 공개적으로 진행됐다.

김정은은 김정일 집권 때 거의 소집되지 않던 당의 집단적인 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주요 정책을 발표했다. 장성택 숙청을 공식화한 지난 8일 정치국 확대회의는 김정일 시대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김정은이 지난 4월 대중연설을 한 것도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를 연상하게 한다. 김일성은 국정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직접 연설했지만 김정일은 집권 기간 1992년 단 한 차례 짧은 육성(“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만 공개했다.

김정은은 대중과 ‘스킨십’을 즐겨한다. 군인·주민들과 팔짱을 끼는가 하면 아이들을 끌어안고 뺨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은둔형 지도자’ 소리를 들었던 김정일이 현장 방문시 공식적이고 딱딱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판이하다. 김일성은 두 팔을 이용해 제스처를 취하며 웃곤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