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 들어가기 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 들어가기 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 처형되면서 그가 주도한 북한 개방정책의 향방이 주목된다. 장성택은 황금평 개발사업, 나선특구, 6·28 경제개선조치, 최근 발표된 경제개발구 등 북한의 대표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일 공개된 장성택에 대한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에는 “장성택은 무역 및 외화벌이 단위와 재외기구를 조직하는 문제, 생활비 적용 문제를 비롯해 내각에서 맡아오던 일체의 기구사업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좌지우지했다”며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했다”고 돼 있다. 장성택에게 경제 개선 실패 책임을 떠넘기며 그가 주도해온 외화벌이 사업 역시 ‘역모’의 일부분으로 규정한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나진·선봉경제특구에 대한 언급이다. 판결문은 “지난 5월 나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북한은 2011년 나선특구법을 개정하면서 “토지임대기간은 해당기업에 토지용증을 발급한 날부터 50년까지로 한다”는 문구를 명문화했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나선특구에 들어와 토지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북한이 50년의 토지임대 기간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계약과 관련된 장성택의 비리를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소식통은 “나선지구에는 이미 많은 중국 기업들이 토지를 매입한 상태”라며 “공동지도위원장을 맡았던 장성택이 숙청됐기 때문에 운영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는 있지만 정책 자체가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국행위’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만큼 북한 지도부 내에서 개혁·개방에 대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스로 경제협력을 위축시키려 하지는 않겠지만 나선특구에 대해 ‘매국행위’로 매도한 상황에서 누가 이런 식의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성택이 곳곳에 자신의 세력을 뻗쳐 놓았다고 규정해 대외경제협력 기구에 대한 숙청 작업도 불가피해졌다.

대외정책에서 폐쇄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판결문은 “장성택은 2009년부터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자료들을 유포시켜 자본주의 날라리풍이 우리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외부 사회에 대한 ‘모기장식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사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보수적 흐름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게만 끌고 가기는 어려운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경제는 외자유치 없이 자력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민심이반을 방지하고 경제개선 업적이 필요한 김정은으로선 대외경제협력을 완전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중 경제협력의 경우 중국의 태도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으로서는 ‘안정이 우선’이라는 맥락에서 현상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