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김원홍 등 '장성택 제거' 핵심인물 수행

북한이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을 발표함에 따라 열흘 전 이뤄졌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백두산지구 방문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백두산지구 방문 시점이 장성택 측근 처형 시기와 일치하고, 장성택 숙청 바로 직전에 이뤄진 공개활동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방문이 장성택 실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백두산과 가장 가까운 양강도 삼지연군과 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시절 유적지인 삼지연혁명전적지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 제1위원장이 '항공절'(11월 29일)을 맞아 항공 및 반항공군 제991군부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제991군부대는 삼지연비행장 주변에 주둔한 부대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백두산 지역을 찾은 날은 지난달 29일로 보인다.

이 시기는 김 제1위원장이 장성택의 최측근을 처형하고 장성택 거취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시점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에 "북한이 11월 하순 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처형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백두산지역 방문이 확인된 것은 집권 후 처음으로 그가 백두산 정상에 오를 수 없는 초겨울에 이 지역을 찾은 것도 의문이다.

백두산 지역은 북한에서 겨울이 가장 먼저 찾아오고 날씨가 변덕스러워 백두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시기는 5월부터 9월까지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김 제1위원장이 비록 백두산 정상에 오를 수는 없지만, 장성택 숙청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려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발자취가 깃든 백두산지구를 방문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 제1위원장은 삼지연혁명전적지를 돌아보며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려는 결심과 의지가 더욱 굳세어진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이 '백두혈통의 순결성'을 위해 '곁가지'인 장성택을 쳐내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 김 제1위원장의 백두산지구 방문을 최룡해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장성택 숙청작업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인사들이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정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은과 최룡해, 김원홍 등이 삼지연특각(별장)에 모여 장성택 거취 문제를 최종 협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