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에 '김정은 유일 체제' 과시 의도인 듯

북한이 9일 2인자로 통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사실을 '장문의 글'을 통해 신속히 발표한 데는 다양한 의도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5시55분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라는 제목으로 전날 회의에서 장성택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보도는 글자가 무려 3천 자를 넘겼다.

특히 장성택 부위원장을 해임한 원인을 '반당·반혁명 종파행위'와 부정부패,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북한이 그동안 고위 간부를 비리 혐의로 숙청하고도 그 사실을 공개한 사례가 흔치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장성택 부위원장의 숙청을 발표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7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 시찰을 담은 기록영화에서 장성택의 모습을 삭제한 채 내보내는 등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을 공개한 것은 대내외에 장성택의 실각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유일하다는 것을 천명하고 최근 장성택 실각설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시대 때부터 북한 사회에서 권력 실세로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발표로 북한 주민과 당·정·군의 간부에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유일적 영도체계'만 존재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아직 장성택 부위원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는 경고 메시지가 되는 셈이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집권한 지 거의 2년이 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리더십과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외부 시선이 적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의 '후계수업' 기간이 짧았고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장성택 부위원장이 후견인으로 주요 정책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장성택의 숙청 발표는 내부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유일 영도체제로 뭉치자는 의도로 보인다"며 "중국,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만이 북한 지도자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장성택 부위원장의 해임을 결정한 시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12월 17일)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의 숙청은 북한이 김정일 시대에서 김정은 시대로 넘어간다는 것을 명실상부하게 보여준다"며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2주기 전에 유일지도 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를 정리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