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9일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에서 ‘양승조·장하나 민주당 의원 의원직 사퇴 및 출당 촉구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9일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계단에서 ‘양승조·장하나 민주당 의원 의원직 사퇴 및 출당 촉구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에 이어 9일 박근혜 대통령도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사진)의 발언에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사과와 두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승조 "朴대통령 선친 전철"…靑 "테러·언어 살인"
양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은 ‘중정(중앙정보부)’이란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데, 국정원을 무기로 신(新)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 최고위원의 발언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등을 비롯 공약 파기 등에 대해 비판하는 맥락에서 한 것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암살까지 거론한 데 대해 청와대는 ‘테러’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에 대해 위해를 선동 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본다”며 “대통령에 대해 암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한 것은 언어 살인과 같으며, 국기문란이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대선 불복과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장 의원에 대해서도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 이 나라 국회의원 맞느냐”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대선 불복 여부와 양 최고위원의 ‘암살’ 발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긴급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김 대표의 사과와 두 의원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장 의원과 양 최고위원에 대한 국회의원직 제명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요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향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음을 밝혀둔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사과와 징계 요구를 거부했다. 양 최고위원은 이메일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도를 넘는 왜곡·편파적 해석과 비난을 하고 있다”며 “왜곡과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정보원 개혁,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라며 “민생을 위해, 국민을 위해 무너진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근간을 바로 세우자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초선의원 21명은 “장 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에 따라 발언한 것”이라며 “장 의원의 말대로 불공정 선거의 근거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침묵하는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이라고 감싸면서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김재후/도병욱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