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2조원대 증액…농림위·산업위도 예산얹기할듯
보훈처·제주해군기지 진입로 건설비 삭감 등 신경전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상임위원회별로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0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소위)를 가동해 세부적인 증액·삭감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나 사전 단계인 상임위 예비심사가 지연되고 있어 예산소위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상임위 단계를 거치면서 각종 '지역구 예산', '선심성 민원 예산' 등을 얹는 예산 부풀리기 관행은 올해도 되풀이 되는 양상이다.

각 지역구 사업과 직결된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주 예산소위에서 국토교통부 예산을 2조원대 증액하는 등 일사천리로 예산심의를 마무리한 데 이어 9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상임위들은 대부분 지지부진하다.

국회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토교통위는 지역표심과 직결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관할하고 있다"면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위 등도 예산증액에 있어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구 예산과 거리가 있는 상임위는 대부분 예산심의에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위의 경우 민주당이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이 불거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는 보고를 받을 수 없다"며 예산심의를 보이콧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복지위 예산심사가 시작되더라도 기초연금 예산을 둘러싼 여야 견해차가 워낙 커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제사법위도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에 대한 야당 법사위원들의 항의로 인해 소관 부처인 감사원의 예산심사 일정이 이번 주 후반으로 연기됐다.

새누리당의 감사원장 후보자 단독인준 강행과 박근혜 대통령의 문형표 장관 임명 등으로 불거진 여야 갈등이 예산심사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도 '예산국회'를 순식간에 파행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정무위에서는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인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사업'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훈처가 요구한 약 37억원에서 20%인 7억원 가까이 삭감하자는 입장이나 새누리당은 10%만 삭감하자고 맞서고 있다.

사이버사령부 청사 관련 예산 60억여원도 정보위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에서는 민주당이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건설비 등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이어도 방공식별구역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해군전력 증강을 위해서라도 제주해군기지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상임위 심사상황을 감안하면 당초 예결위가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16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예산소위 운영도 상임위 상황을 봐가면서 진행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심의를 마무리한 상임위부터라도 예결위 심사를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