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일 세대 사람들 지속적 교체
후견인 필요없는 1인 지배체제 구축나서
[北 2인자 장성택 실각] 北 권력지도 '요동'…최용해 등 군부와 암투서 밀린 듯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으로 북한 권력 체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3일 장성택이 최근 실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장성택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2인자로 불렸던 만큼 그의 실각은 북한 권력 체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장성택이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대표로 하는 군부와의 권력 암투에서 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부터 견제 분위기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당·정·군 각 분야에서 핵심요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해왔다. 그는 공안을 책임지는 노동당 행정부장을 맡아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는 당 정치국 위원과 당중앙군사위 위원, 당 중앙위 위원을 맡았다. 군에서는 인민군 대장 계급을 달았고 정부에서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김정은을 보좌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2년째인 올해부터 장성택을 둘러싼 기류가 달라졌다. 국정원은 올 들어 국가안전보위부가 장성택의 심복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들어갔다고 파악했다. 명실공히 김정은 체제의 2인자였던 장성택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활동반경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지난해 106차례에 걸쳐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수행했던 장성택은 올해 52회 공개석상에 나서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결국 지난달 하순 그의 심복인 이용하 당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처형된 데 이어 그가 맡고 있던 조직에 대해서도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국정원이 전했다. 특히 장성택이 맡고 있던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용해 대 장성택 다툼의 결과”

장성택의 실각 배경에는 우선 최용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의 실각을 최종 결정한 것은 김정은이지만 2인자 자리를 둔 최용해와 장성택 간 권력 다툼의 결과라는 것이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 번 실각을 경험했던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2인자로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그의 실각은 ‘김정은-장성택’ 간 대립구도라기보다는 ‘장성택-최용해’ 간 구도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성택과 최용해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김정은 체제 출범부터 권력의 양대 축이었으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과정에서 권력 암투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지도부 내 노선투쟁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성택은 북한의 대외개방 정책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라며 “그 노선에 대한 조직적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반당’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걸고 노선투쟁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북한 권부를 완전히 장악했고 재편을 시도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정은이 후견세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게 아니라 나름의 권력기반을 단단히 하고 홀로 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미 군 장성의 45%를 교체한 상황에서 아버지 세대 사람들을 점진적으로 교체하는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후견인인 장성택을 필요로 하지 않는 1인 체제 공고화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장성택 복권 가능성은 열려 있어

김정은은 집권 이후 군부 핵심이었던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한 데 이어 장성택을 실각시킴으로써 권부를 향해 “언제든지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평가된다. 신진세력을 등장시켜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장성택의 복권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김정은이 일단 최용해의 손을 들어줬지만 최용해를 견제하기 위해 장성택을 다시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교수는 “장성택은 세 차례 정도 숙청됐다가 복귀한 인물”이라며 “장성택이 당분간 희생양이 되어줌으로써 김정은의 세대 교체를 완성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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