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일 후계자로 공식지명된 2010년 이후 숙청되거나 해임된 고위 인사는 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군부 1인자였던 이영호가 처형당한 게 김정은 체제 이후 가장 거물급 인사가 숙청당한 사건으로 꼽힌다. 군 총참모장이었던 이영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을 보필할 군부의 실력자로 지목했던 인물로, 김정일 장례식 때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했던 8인방의 한 명이다.

이영호는 김정은이 군부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경제활동 주도권을 군에서 내각으로 이관하려 하는 것에 반발했다가 김정은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영호와 갈등을 빚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등이 그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 뒤 비리를 적발해 처형당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영호의 경우처럼 김정은의 후계구축 과정에서만 제 역할을 하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토사구팽’ 당한 인물로는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 있다. 우동측은 이영호와 함께 ‘8인방’ 중 한 명으로 김정은 체제에서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지난해 3월 말 이후 북한 권력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앞서 2011년 1월에는 김정일의 최측근이었던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간첩 혐의로 총살당했다. 류경이 보위부 권력을 장악하자 김정은이 위기감을 느꼈고, 김정일이 후계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를 처형했다는 설이 돌았다.

2010년 3월에는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간첩 혐의로 총살당한 사건이 있었다. 박남기는 김정은이 주도했던 화폐개혁의 실무 책임자였다. 이 때문에 박남기가 처형당한 실제 이유는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문책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박남기가 김정일이 2007년부터 계획한 ‘평양시 10만세대 건설’에 대해 “재정출혈이 심해질 수 있다.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숙청당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밖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던 이용철과 이제강이 2010년 4월과 6월 각각 심장마비와 교통사고로 잇따라 숨진 것을 두고도 실제로는 숙청당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