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주도 정책에 제동?…최룡해와 권력암투일수도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장성택 국방 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설이 알려지면서 북한 권력 지형의 변화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성택의 실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부장으로 있는 노동당 행정부의 제1부부장 리룡하와 부부장 장수길을 처형했다는 것은 장성택의 입지를 위협하는 대형 사건임에는 분명하다.

당 행정부는 장성택 심복들의 집합소이자 홍위병이나 다름없는 조직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남편으로 2009년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운 일등공신이자 김정은 체제를 견인해온 사실상의 후견인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력을 가진' 장성택의 심복을 감히 처형했다는 것은 개인의 비리 등의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누가 왜 장성택의 지위에 제동을 걸었을까.

여러가지 설 가운데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을 이끌면서 주요 정책을 입안, 지휘해온 장성택에 대한 불만과 반발을 가진 인물 또는 세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성택은 김정은 정권 출범 후 지난 2년간 노동당 중심의 정치 시스템을 부활, 정착시키면서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민생 안정과 민심 장악을 위해 다양한 경제정책을 입안, 막후에서 총괄했다.

이렇듯 김정은 정권의 주요 정책은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 체제와 대조적인 이런 과감한 정책들이 군부와 노동당 내 원로세력의 반발을 가져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 시대의 군부 핵심 실세였던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등 당 정치국에는 여전히 군부와 노동당의 원로들이 포진해 있다.

주요 정책 결정을 당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이들의 반발이 불거졌을 수도 있다.

이미 앞서 2002년 시장경제 요소를 일부 도입한 7·1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군부와 당내 원로 보수세력에 의해 박봉주 당시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각별한 신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좌천한 전이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장성택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경제정책과 개혁 조치들이 생각 보다 지지부진할 경우 원로들이 그 책임을 장성택에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장성택이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장성택과 최룡해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김정은 체제 출범부터 권력의 양대 축이었으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은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최룡해의 위상이 갈수록 커지면서 장성택의 입지를 흔들고 두 사람 사이에 불협화음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최룡해가 라이벌인 장성택의 입지를 흔들기 위해 그의 심복을 제거하는 구실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김정은 정권 출범 초기 권력 핵심의 3인방 중 한 사람이었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도 최룡해와 권력투쟁 과정에서 숙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룡해는 김정은 체제 출범을 시작으로 사복을 군복으로 갈아입고 인민군을 '김정은의 군대'로 거듭나는데 일조하면서 지난 2년간 군부에서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장성택의 실각이 사실이라면 향후 김정은 체제는 장성택의 사람들을 배제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과 최룡해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2004년 장성택이 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실각했을 때 장성택의 사람들이 모두 좌천됐던 전례도 있다.

장성택 세력이 전부 제거된다면 현재 추진 중인 경제정책을 비롯해 김정은 정권의 주요 정책은 다시 보수적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더욱이 장성택과 권력암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의 인맥들이 크게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룡해는 오랜 당 관료 출신에다 청년동맹을 이끌면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을 갖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출범한 지 불과 2년에 불과한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장성택의 측근들을 무리하게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노동당의 핵심 자리에는 김양건 비서를 비롯해 장성택의 측근들로 포진돼 있고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봉주 총리도 장성택의 사람이나 다름없다.

무리한 인사를 단행할 경우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점진적으로 권력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설사 장성택의 인맥이라고 해도 북한 권력의 특성상 자리 보존을 위해 지도자에 대한 충성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성택의 복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장성택의 실각을 계기로 김정은 정권의 붕괴설에 날개를 달아주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장성택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동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장성택이 향후 복권을 하더라도 종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믿었던 김정은 제1위원장에 의해 실각을 한 만큼 복권되더라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의 측근들도 몸을 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