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열린 4자회담에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열린 4자회담에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3일 오전과 저녁 두 차례에 걸친 대표·원내대표 간 4자회담을 통해 정기국회 정상화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여야 대치로 중단됐던 새해 예산안 및 법안 심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그렇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양측은 민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에 대해선 ‘계속 논의한다’고 미완의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연말까진 일단 정상화”

유일호 새누리당·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밤 9시30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자회담을 통한 양당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국회 내에 국정원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여야 동수로 위원을 구성하되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위원이 맡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특위는 민주당이 요구해온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권도 부여받았다. 새누리당은 정치개혁 특위 위원장을 가져갔다. 양측이 원하는 것을 주고받은 것이다. 양당은 이 같은 합의사항을 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합의문에는 내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 등을 연내까지 합의 처리하기로 돼 있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처리 법정 시한(2일)은 지났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4일부터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 특위를 열기로 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른 예산 부수 법안도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기국회 정상화 합의는 했지만…특검은 계속 논의…대치정국 불씨 남겨

◆정국에 불씨 남겨

하지만 민주당이 요구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와 관련해선 양당은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고만 합의했다. 완전하게 합의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특검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날 저녁 회담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민주당 지도부에 “특위는 수용하되 특검은 절대 받을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사건이 1심 결과가 나오면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회담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최고위원들로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조경태 최고위원 등은 협상안을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신경민 등 대다수 최고위원은 “특검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다. 특검 없는 특위가 가능하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입법권이 있는 특위에 위원장까지 받았으므로 상당한 협상 성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강경파들이 반발할 경우 특검 문제에 대한 미완의 합의는 민생 관련 법안 처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과는 달리 민생 관련 법안에 대해선 시한 없이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를 완료한다”고만 적혀 있다. 특검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를 계기로 민생 관련 법안 처리에서 다시 대치 정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합의에 대한 민주당의 추인은 4일 의원총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진의원들과 최고위원들께 설명했는데 합의에 대해 대부분 공감을 표했다”고 했다.

김재후/추가영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