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위 언제 열리나…기다리는 공무원 > 지난달 30일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기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정부 부처 장관과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에 반발해 전원 불참했고 회의는 1시간여 만에 정회됐다. 연합뉴스
< 예결위 언제 열리나…기다리는 공무원 > 지난달 30일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기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정부 부처 장관과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에 반발해 전원 불참했고 회의는 1시간여 만에 정회됐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여야 간 정쟁으로 올해도 헌법이 정한 처리 기한(12월2일)을 넘기게 됐다. 2003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국회가 위헌을 하게 된 것이다. 정쟁을 빌미로 나라살림을 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더군다나 정기 국회가 개회된 지 석 달이 지났고 폐회(10일)가 열흘도 남지 않았지만 1일 현재 정치권은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 국가를 올스톱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다. 민주당은 국회 일정 보이콧(의사 일정 중단)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식물국회 불임국회’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예산안만 따로 처리 불가능”

[예산안 극한 대치] 11년째 법정시한 넘긴 예산안…대한민국 '올스톱 위기'
여야는 지난달 말 예산안 심의 일정을 합의하며 오는 9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를 가동해 16일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 강행에 반발한 민주당이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며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종합정책질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안이 예결위에 상정조차 안 된 상태에서 법정 시한 경과를 맞을 수는 없다”며 단독 상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준예산으로 가면 국가적 대재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세법개정안 등 예산 부수 법안이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예산안만 따로 떼어 통과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5분의 3 동의를 얻어야 상정되므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예산안만 단독으로 떼어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여당의 단독 처리 가능성도 막혀 있는 상황에서 준예산 편성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지난해에도 계수조정소위 구성은 11월23일 완료됐다. 하지만 올해는 12월이 됐음에도 계수조정소위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정기 국회 처리 법안 ‘0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정기 국회가 시작된 지난 9월2일 이후 3개월간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15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처리 법안 중 가결된 것은 없고 15건 모두 부결됐다. 부결 법안조차 본회의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부결된 게 아니라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들이 스스로 철회한 것이다.

19대 첫 정기 국회였던 지난해에는 9~11월 3개월간 119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철회나 폐기 등을 포함할 경우 전체 처리 법안은 286건이었다. 18대 국회 마지막 해인 2011년 정기 국회에서는 55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2010년에는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등으로 정국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3건의 법안이 의결됐다. 2009년에는 이 기간 32건, 2008년에는 7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크건 작건 ‘실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는 여야 간 대치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10일 폐회 시점에서 ‘처리 법안 0건’이라는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남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만간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주요 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입법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경제활성화법 통과에 주력할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는 소득세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우선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