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도 안됐는데…文·安 '대권 레이스'
지난해 대선 때 야권주자였던 문재인 민주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권 레이스’에 불을 댕겼다. 지난달 28일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다음날인 29일 문 의원도 ‘(지난 대선후보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정치 재개를 공식화했다.

문 의원은 출입기자단과의 만찬에서 “2017년에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내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뜻을 전제하고 있지만, 대권 재도전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1일에는 이번주에 출간할 책 ‘1219 끝이 시작이다’의 발췌본을 내놨다. 그에겐 ‘새로운 여정’을 위한 ‘출사표’ 성격이 강하다는 게 문 후보 측의 설명이다.

그는 발췌본에서 “저와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실패했다”며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법이다. 2012년 이루지 못한 것이 2017년으로 미뤄졌다 생각하고, 새롭게 시작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희망과 믿음을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대선 후 1년이 다 되도록 국기기관 대선 개입 여부를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점,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끌려다니는 민주당의 한계를 절감한 것 등이 ‘조기 대권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을 감수한 배경이라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문 의원은 저서 상당 부분을 할애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어떻게 하든지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다”며 “지난 정권의 잘못이 현 정권의 더 큰 잘못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저와 경쟁했던 박근혜 후보와는 다른 분 같다”며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후보 시절 강조했던 국민통합과 상생도 오히려 더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은 2007년 경선에 깨끗하게 승복했으며 새 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성원하고 지켜봐 줬다”며 “국민들은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라고 볼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현재 여야 대치상황으로 인한 정치실종에 대해선 “민주당 지도부로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다”면서도 “지더라도 아름답게 지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문 의원과 안 의원은 공교롭게 하루 차이로 ‘대권도전’을 시사하고, 창당을 선언하면서 지난 대선에 이어 ‘대권경쟁 2라운드’로 격돌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둘이 일찌감치 대권도전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힐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배경으론 내년 초가 야권의 세력판도를 결정할 만큼 시기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적 기반을 다져놔야 정치권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서다.

문 의원이 ‘때 이른’ 대선 깃발을 든 것을 두고 민주당 신주류 지도부나 비노무현 진영에서는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강행처리 이후 민주당이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에서 자칫 문 의원의 개인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대여 공세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