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 여야에 뭘 호소했나

박용만 "기업에 부담 주면 엔진 과부하"
허창수 "마음껏 투자할 환경 만들어야"
한덕수 "국제기준에 가깝도록 입법해야"
김기문 "입법 때 경제계 의견 들어줬으면"
이희범 "정년연장·화학물질관리법 우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 네 번째)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 네 번째)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경제5단체장들이 15일 국회로 달려가 여야 원내대표와 만났다. 입법 문제로 경제5단체장이 한꺼번에 여야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재계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지만 관련 법안 논의는 여야 간 정쟁으로 ‘스톱’돼 있다.

새누리당은 “지금이야말로 경제 활성화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한다”며 재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등에 방점을 찍으면서 선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경제 활성화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 것이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가정신 위축”

[경제계-여야 원내대표 첫 간담회] "기업, 국제시장서 죽느냐 사느냐 싸움…경제법안 조속 처리를"

경제5단체장들은 국회에서 기업 규제가 늘어나 경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치권은 기업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많은 부담을 주면 엔진 과부하 우려가 있다”며 “경제 성장과 사회 양극화 등 핵심 좌표들이 같이 순항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업이 연초 계획한 것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해야 하고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국제시장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을 하고 있다”며 “경제정책이나 입법이 국제 기준에 비교적 가깝도록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입법이) 국제 기준에 맞도록 정치권에서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소기업들은 무조건 중소기업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다”며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게 실질적인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의 편법 상속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오히려 세금은 중소기업이 많이 내는 상황”이라며 “법을 만들 때는 경제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법안은 여러 가지 파급 영향 등을 감안해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지난 4월 통과된 정년연장법 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대해 많은 기업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82.4%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는 창의적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오죽했으면 (재계가) 이런 자리까지 마련했겠느냐”며 동조했다. 하지만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벌에 대한 국민 인식은 부정적인 게 대부분”이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되짚어 봐야 할 때”라고 시각을 달리했다. 그는 “경제적 약자에 과도하게 몰아치는 갑의 행태가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준 게 아닌가”라며 “골목상권마저 빼앗은 재벌 대기업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는 것을 잘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을 예로 들면서 “부의 철저한 사회 환원과 ‘존재하나 드러나지 않는다’는 좌우명으로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았다”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서 고민하겠다”고 조속한 법안 처리 요청에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재계가 조속 처리 부탁한 법안은


이날 경제단체장들이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10개 법안에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취득세율 인하 법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법안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기업활동 활성화를 위해 △코넥스시장 규제 완화 법안 △창업투자사의 코넥스 상장사 투자 활성화 법안 △중소·중견 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 △가업 상속 시 공제율 상향(70%→85~100%)과 공제한도 상향(100억~300억원→1000억원) 법안 △서비스산업발전 5개년 기본계획 수립 및 육성을 위한 법안 △2조3000억원 규모의 합작 투자를 실현하기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 등의 처리도 요구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하려면 100% 지분을 소유하도록 못 박고 있는 현행 규정을 고쳐 외국인과 합작법인으로 설립할 경우 의무 지분 비율을 50%로 완화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현행법 규제에 막혀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가 각각 일본 기업과 50 대 50 합작으로 여수와 울산에 화학공장을 지으려던 2조3000억원 규모 사업이 중단돼 있다.

민주당은 취득세율 인하와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 등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는 부자와 재벌을 위한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경제5단체장들은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도 전달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최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임금제도개선위원회 비공식 보고서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며 “12월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단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무협의체 제대로 운영될까

대한상의는 이날 양당 정책위 의장과 경제5단체 상근 부회장이 모이는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여야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협의체가 경제계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할지는 불투명하다. 협의체 구성 제안이 즉석에서 이뤄진 데다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요구에 응하지 않은 민주당이 협의체 구성에 마지못해 동의해 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태훈/박해영/추가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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