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하산-北나진 구간 철도, 나진항 이용하는 교통·물류 사업
"나진항 이용 동북아 물류사업 진출…TSR-TKR 연결 사업의 초석"

한국과 러시아가 13일(현지시간)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러-북 간 합작사업으로 추진돼온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합의하면서 이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철도공사와 북한 나진항이 '라손콘트란스'란 합작회사를 설립,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온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의 국경역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작업, 복합 물류 사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러-북 양측은 지난 9월 철도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열차 운행을 시작했으며 현재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나진항 현대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한-러 양국은 이날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통해 한국의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사 컨소시엄이 2천100억원을 투자해 러-북 합작사의 러시아 측 지분 70%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인수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러시아가 북한과 함께 야심 차게 추진해온, 나진항을 이용하는 동북아 지역 물류 사업에 본격 가세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을 위한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지난 2007년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남·북·러 합작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다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ㆍ24 대북 제재 조치로 전면 중단됐다.

이후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를 북한과의 양자 사업으로 변경해 계속 진척시키는 한편 한국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성사되지 못했던 한국 참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맞물리면서 빛을 보게됐다.

그동안 사업을 주도해온 러시아 측은 하산-나진(52km) 구간 본선과 나진-나진항(2km) 지선 등 전체 54km 구간에 러시아식 광궤(1천520㎜)와 한반도식 표준궤(1천435㎜) 방식 선로가 나란히 놓인 복합궤를 새로 깔았다.

양국의 선로 방식 차이에도 차량 바퀴를 바꿔 달 필요없이 열차가 신속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공사 전에도 같은 구간에 복합궤가 깔려 있긴 했지만 선로 노후로 열차가 시속 30~40km 정도의 속도밖에 내지 못해 정상적인 화물 운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철길을 새로 깔면서 화물 열차가 시속 60~70km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물류 사업의 일환으로 장기 임대한 나진항 3호 부두에 현대화된 화물 터미널을 세우는 공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3만t급 화물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항구 인접 바다 수심을 키우는 작업과 선적 및 하역 시설을 개보수하는 공사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북한은 지난 1991년 나진·선봉을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하면서 나진항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했다.

나진항은 러시아의 TSR로 연결되는 나진-하산 구간 철로가 부두 앞까지 연결돼 있어 항만 현대화 공사가 마무리되면 TSR의 기종착 지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TSR-TKR 연결 사업의 시범 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 프로젝트인 철도 연결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장은 개보수된 러-북 철도를 자국산 석탄과 수출화물 운송에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나진항으로 연결되는 중국 철도와 연계해 중국 화물의 수출 통로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유럽행 수출 화물을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개보수된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TSR을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복합 물류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나진·선봉 지역에 있는 가동 중단 상태의 승리석유화학공장을 수리해 러시아산 원유를 이곳으로 운송해와 가공한 뒤 수출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이같은 러시아의 사업 구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