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파리 프랑스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해 루이 갈루아 한·프랑스 최고경영자클럽
프랑스 측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파리=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4일 파리 프랑스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해 루이 갈루아 한·프랑스 최고경영자클럽 프랑스 측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파리=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4일 파리 시내에 있는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본부건물 1층 대강당. 한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경제인 240여명이 모인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자 청중은 깜짝 놀랐다. 예상치 않게 한국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연설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프랑스어 연설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깜짝 연설’이었다.

박 대통령은 20여분에 걸쳐 또박또박 프랑스어로 연설을 이어갔다. 연설이 끝나자 양국 경제인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루이 갈루아 한·프랑스 최고경영자클럽 공동위원장은 “정말 존경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아름다운 프랑스어를 구사한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을 수행한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초에는 한국어로 연설할 예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 출국 열흘 전쯤 프랑스어 연설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경제인 간담회 연설에 무척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행원에 따르면 순방 기간에도 숙소에서 연설문을 반복해 읽으면서 문장을 직접 보완했으며 연설 시작 직전까지 표현을 고쳤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프랑스 대표 기업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프랑스어 연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는 한국 측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조양호 한-프랑스 경영자클럽 공동위원장(한진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 120명이, 프랑스 측에서는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경제인연합회장, 무이예 알스톰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12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던진 메시지는 ‘창조경제로 한국과 프랑스 미래의 경제틀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향한 양국 노력을 하나로 모은다면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문화, 기술과 산업의 융합을 통해 미래의 경제틀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프랑스 기업은 동아시아 관문인 한국의 기업과 협력해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고 한국 기업은 프랑스 기업을 가교 삼아 유럽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양국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제3국 공동 진출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문호 아나톨 프랑스의 ‘위대한 것을 성취하려면 행동할 뿐 아니라 꿈을 꿔야 하며 계획할 뿐 아니라 믿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 “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에 위치한 두 나라가 함께 손잡고 열어갈 공동 번영의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자”는 것으로 연설을 끝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 끝 부분에 프랑스 기업인들과 즉석 질의응답을 가졌다. 한 프랑스 기업인이 한국 내 외국 투자기업의 과도한 인건비 상승 부담 문제를 지적하자 박 대통령은 “각 경제 주체 간에 소통을 활성화하고 노동 전반의 규제를 줄여 외국 기업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다른 기업인이 한국의 정부조달 시장 개방에 대한 의사를 묻자 박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 협정의 국내 비준을 추진 중인데 이것이 되면 도시철도 분야 진입 장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