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25일 서울중앙지법원장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25일 서울중앙지법원장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는 30여년 법관 생활 중 절반 가까이 형사재판을 맡은 형사 분야 전문가다. 특히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일하던 2003~2004년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과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굿모닝시티 사건, 대우그룹 부실회계감사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청와대도 이날 황 후보자의 발탁 배경을 설명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황 후보자는 법관으로선 드물게 컴퓨터프로그래밍을 취미로 즐기는 등 사법부 안에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로 유명하다. 1996년 출범한 한국정보법학회는 물론 법원 내 학술단체인 사법정보화 커뮤니티 회장도 맡아 정보법 관련 법률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황 후보자는 2009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00여명이 뽑은 대법관 후보 6명에 속한 바 있다.

현직 법원장이 감사원장에 발탁된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은 이전에는 전직 대법관 출신 등이 다수 기용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형사 분야 외에 사법 행정 분야에도 정통하고 강단 있게 업무를 추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양건 전 감사원장 퇴임 이후 흐트러진 감사원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추스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황 후보자의 임기 4년은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와 거의 일치한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은 본인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며 정부의 핵심가치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황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외풍’ 논란으로 물러나면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 독립성 문제가 전면에 불거진 만큼 법조인 출신의 황 후보자는 최대한 중립성을 지키면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게 국정 전반에 걸친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인선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갑작스레 오전에 통보를 받았고 절차가 남았기 때문에 아직 소감을 말하기 이르다”며 “남은 청문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근시로 군면제를 받은 것에 대해 “대법원에서 소명하라고 해서 자료는 갖고 있다”며 “청문회에서 묻는 대로 더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프로필 =△마산(60) △마산고,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12기 △서울·대전·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부산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정종태/양병훈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