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조사 미실시, 마구잡이 공사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영산강 살리기 사업 과정에서 옛 국토교통부와 문화채청이 문화재 보호조치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서의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감사를 벌여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일 감사원 감사자료 등에 따르면 지표조사를 하지 않은 곳은 나주강변 저류지, 죽산교와 승천교 주변 구하도(舊河道) 복원구간 등 3곳에서 292만㎡에 달했다.

특히 나주 송월동 고선박 매장지 하도정비사업은 문화재청이 입회조사 후 보전대책을 통보했으나 유물지 대부분을 준설한 뒤인 2010년 12월에야 입회하는 등 형식적으로 추진됐다.

이 고선박은 2009년 3월 발견됐으며 고려시대 초기 건조돼 곡물이나 물건 등을 실어나르는 조운선(漕運船)인 초마선으로 추정돼 영산강이 무역교류의 중심임이 확인됐다.

문화재 보존대책을 이행하지 않고 마구잡이 공사를 한 곳도 드러났다.

광주 유계동 유물 산포지는 하도정비(흙깎기) 4만3천400여㎡ 중 절반인 2만2천여㎡만 시굴조사를 했으며 광주 본촌동 유물지도 2만여㎡ 중 4천500㎡만 조사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굴착했다.

함평 화양리 유물지는 표본 시굴조사도 하기 전에 제방 보강공사를 하면서 지층을 훼손, 2천여㎡는 시굴조사 조차 못했다.

또 매장 문화재 분포지에 대해 협의 내용과 다른 공사를 하기도 했다.

광주 신양촌 유물산포지(17만5천여㎡)는 시굴조사를 거쳐 존치하도록 협의가 됐으나 생태습지(890㎡)가 조성됐다.

광주 덕흥동 유물산포지(2만6천여㎡)도 존치가 결정됐으나 지면 굴착 후 폭 20m의 실개천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영산강 사업 구간은 둑에서 600m 떨어진 주변지역을 포함해 매장문화재 분포지와 지정 및 비지정문화재가 모두 181곳에 달했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발굴(시굴)조사에 들어간 34곳 중 조선시대 도기가마 발굴 등을 한 곳도 7곳에 불과했다.

또 영산강 준설토를 활용,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한 한국농어촌공사도 고동지구도 사업부지가 8만5천여㎡가 늘었으나 지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문화재 전문가들은 전문가 입회는 물론 지표조사도 무시된 영산강 사업에서 상당수의 문화재가 둑이나 자전거도로, 친수공간 등으로 훼손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는 공구를 확인 점검해 위반 정도에 따라 고발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천보와 죽산보 등 대형 보 건설 2곳과 자전거 도로 등을 건설한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는 모두 2조6천억원이 들었다.

(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nice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