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 "국회의원 선출 절차 성격, 선거원칙 준수해야"
변호인 "정당 경선 공직선거법 적용 안돼 무죄"

지난해 4월 11일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의 대리투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같은 사안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판결이 엇갈리면서 앞으로 있을 다른 재판과 상급심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정당에서도 헌법에서 정하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느냐가 쟁점이다.

지난 7일 통합진보당 당원 4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송경근 부장판사)는 공직선거의 4대 원칙 가운데 하나인 직접투표가 공직 후보자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에도 반드시 적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부산 법원은 같은 사안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통합진보당 선거권자 41명으로부터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전송받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온라인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백모(42)씨가 1심과 2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은 정당 득표 결과에 따라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순번을 정하는 것으로, 이 사건 범행 당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관여한 당내 경선은 일정 범위 내에서 간접적으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1심 재판부도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과정에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원명부에 등록된 휴대전화로 전송받은 고유인증번호를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함으로써 한 사람이 여러 번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대리투표행위 자체를 방지하려고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경선에도 선거권을 가진 당원들의 직접·평등·비밀투표에 관한 일반적인 선거원칙이 그대로 준수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백씨와 변호인은 재판과정에서 "통합진보당과 같은 정당의 당내 경선에는 헌법 제41조 제1항, 공직선거법 제146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당헌, 당규에서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을 둔 바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었다.

지난 16일 대리투표자 1명과 위임자 3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광주지법도 유죄 취지는 부산법원과 같았다.

재판부는 가장 큰 쟁점이 된 직접 선거 원칙의 적용대상인지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 선거에도 보통·평등·직접·비밀의 4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서울 중앙지법과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 감정을 반영한 관습법적으로도 모든 정치적 선거에는 이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굳어졌고 진보당의 온라인 투표도 선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을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휴대전화 인증을 통해 본인확인 절차를 포함했는데도 인증번호를 전송받은 사람이 투표를 대신한 것은 '위계'에 해당하고 투표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위임자의 의사가 왜곡될 위험성도 있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변호인은 "당내 경선 투표는 직접 선거의 대상이 아니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도 않으며 당내 경선에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ccho@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