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 이후 제도개선 거의 성과 못내

남북이 10월 말 열기로 합의한 개성공단 공동 투자설명회가 일단 무산되면서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의 행보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개성공단이 166일 동안의 정적을 깨고 재가동에 들어간 이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당시 정부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욕적으로 임한 제도 개선은 지금까지는 거의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끌어낸 지난달 11일 남북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남북은 통행·통신·통관(3통) 문제 개선, 공동투자설명회 개최 등 구체적인 사항에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실현된 것은 공동위 산하 사무처 설치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연내 도입에 합의한 전자출입체계(RFID) 등을 논의할 통행·통신·통관(3통) 분과위의 경우 개최 예정일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북측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회의가 연기된 이후 아직 다음 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RFID는 물론 인터넷 통신, 통관 제도 개선 문제 논의도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3통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해진 것은 '31일 투자설명회 개최'가 어렵다고 우리 정부가 판단한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최근 3통 문제 협의가 지연되는 등 관련 상황 및 이에 따른 외국기업 반응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당초 남북간 합의한 설명회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공단의 발전·확장이라는 본래의 의미 외에도 지난번 가동 중단 사태처럼 한쪽의 일방적인 조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로 평가받았지만, 설명회 개최 무산으로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하게 됐다.

출입체류 분과위도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우리 국민이 북측 지역에서 사건·사고에 연루됐을 때의 '법률조력권' 문제 등을 논의됐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 문제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좀 더 큰 그림에서 보면 뚜렷한 경색 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투자설명회 개최 무산 통보에는 최근 북한의 대남비난과 비핵화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북미관계 등 현 정세가 반영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발전적 정상화도 당국간 신뢰 구축 없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