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 - 독주하는 국회권력] "한국 의회, 민주주의 성장통 겪는 중"
“한국의 정치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20년간 미국 연방하원(일리노이주·공화)을 지낸 도널드 만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국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의원들 간의 폭력행사와 막말, 저질발언 등에 대해 “미국 의회도 100년 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만줄로 소장은 “미국도 오랜 기간 성장통을 겪었다”며 하나의 일화를 소개했다. 남북전쟁 전인 1856년 5월22일. 미 상원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찰스 슈머 연방상원 의원(공화당)의 발언에 격분한 민주당의 프레스톤 부룩스 하원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쇠지팡이로 슈머 의원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 슈머 의원이 기절한 채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갔다.

만줄로 소장은 “1960년대까지 미 의회에서도 간혹 몸싸움을 벌인 사례가 한두 차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상원과 하원에서 1964년과 1967년에 각각 윤리위원회가 설치되면서 물리적 충돌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만줄로 소장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가 싸우면서 법률로 정해 놓은 개원 일자를 어기는 일은 애초부터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다수결 원칙에 따라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을 대표해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법을 지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만줄로 소장은 최근까지 야당이 등원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국회가 한동안 올스톱된 데 대해 “미국 의원들은 싸우더라도 의사당 내에서 논쟁을 벌인다. 대화 자체를 거부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만줄로 소장은 그러면서 “물론 미국도 현재 예산안(법)과 부채한도 확대법안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극심하게 대치하고 있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있다. 그것이 한국과 미국 의회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 선진국이지만 정치는 아직 개도국에 머물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 정치권은 장외 여론 전에서는 서로 비난하고 공격을 퍼붓지만 장내에서는 수시로 만나 대화하는 게 기본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나 물밑 협상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공화당 지도부 18명이 이에 응해 10일 백악관에서 회동한다. 만줄로 소장은 “대화와 타협은 의회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기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