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계동 복지부서 이임식 가져

"여러분(복지부 공무원들)이 제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이제 물려나려 한다"
'기초연금 갈등' 끝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국 취임 약 200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진 장관은 30일 이임식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비난을 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여러분이 저를 손가락질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임 중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했을 때 공단 직원들도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연계시키지 말아달라'고 똑같이 부탁했다"며 "그분들에게 장관으로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방안이 정부의 최종안으로 결정된 데 대해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국방이 외부의 적을 막는다면 복지는 내부의 적을 만들지 않는다며 복지가 국방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복지부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복지를 잘해야 국민이 대통합하고 민족 갈등을 없애고 대화합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복지부 직원들을 격려했다.

3선 국회의원인 진영 장관은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으로 대선공약 입안을 주도했다.

특히 대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새 정부의 운용 방향에 설계한 주인공인 만큼, 취임 당시 '대통령 핵심 측근, 실세 장관'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진 장관은 최근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0만~20만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결정되자, 개인적 소신과 다르다며 사의를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깎는 연동 방식에 반대했고, 차등을 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아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와 총리는 두 번이나 진 장관의 사의를 반려했지만, 사퇴 문제가 청와대와의 갈등·항명 파동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이날 오후 결국 더는 설득을 포기하고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경윤 기자 shk999@yna.co.kr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