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신 안 굽히고… >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에서 이임식을 열고 200여일의 장관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기초연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 소신 안 굽히고… >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에서 이임식을 열고 200여일의 장관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기초연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 파동과 관련,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근 기초연금을 둘러싼 야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반박하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기초연금 정부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대통령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작심 발언’을 통해 공직기강을 다잡고 정부안의 의미를 재차 부각시켰다는 설명이다.

◆“미래세대 부담 최대한 줄여”

박 대통령은 이날 기초연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진 전 장관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국무위원들, 수석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각자 임무에 최선을 다할 때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당당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진 전 장관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를 반대하면서 사퇴의사를 밝힌 데 대해 “현 기초노령연금은 금액이 적어서 당장 생계에 보탬이 안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성숙해지는 것과 관계없이 재정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기초연금 정부안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청·장년층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많고,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에서 탈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까지 하는 주장도 있다고 들었다”며 “정부에서는 미래세대 부담을 최대한 줄이도록 설계했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아져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는) 어쩔수 없이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앞으로 국민 경제와 재정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약속한 공약을 임기 내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대선공약 실천 의지를 재차 밝히기도 했다.

◆국정난맥 재연 논란

진 전 장관의 ‘항명’을 계기로 집권 초기 인사파동으로 빚어진 국정난맥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더구나 기초연금 최종안을 둘러싼 진 전 장관과 청와대와의 갈등이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국정 운영의 틀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특히 인사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집중 공격하는 모습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인사가 총체적인 국정난맥을 넘어 국정실패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양건 전 감사원장의 토사구팽,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찍어내기, 진 전 장관의 항명가출, 공기업 낙하산 인사 등으로 ‘인사참사 시즌2’가 도래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청와대의 국정 주도로 인한 책임장관제 부재, 청와대와 부처 간의 소통 실패 등을 지적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했는데도 청와대 참모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며 “청와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당신은 집행만 하고 책임만 지라’는 식이 된다면 진 전 장관 사태는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영 “국민연금에 죄송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사표를 수리하면서 진 전 장관은 오후 늦게 이임식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기초연금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진 전 장관은 “여러분(복지부 공무원들)이 제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이제 물려나려 한다”며 “어떤 사람이 어떤 비난을 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여러분이 저를 손가락질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방안이 정부의 최종안으로 결정된 데 대해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하면서 복지부 직원들이 자신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재임 중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했을 때 공단 직원들도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에 연계시키지 말아 달라’고 똑같이 부탁했다”며 “그분들에게 장관으로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도병욱/김재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