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의원 폭로 후 지시 보도 나오자 "부담 느낀듯"

채동욱 검찰총장이 16일 자신의 사찰에 연루된 의혹이 일고 있는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가 이를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총장의 감찰 지시가 청와대 및 법무부와의 정면 대응으로 비춰지는데 따른 부담 등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자신에 대한 사찰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김광수 부장검사가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점심 무렵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대검 감찰본부에 지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채 총장이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착수를 지시했다.

곧 통화내역 조회, 관련자 소환 등 감찰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연합뉴스는 이를 오후 1시23분에 보도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국정원 2차장 등이 채 총장을 사찰해 왔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은 곽 전 수석이 공공기관 인사개입으로 인해 해임당하자 관련 사찰자료 파일을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넘겼고 이 비서관은 김광수 부장검사와 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채 총장은 이미 지난 5일 이러한 정황을 파악하고 진상 파악을 지시했으나 다음날인 6일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하면서 감찰 착수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날 자신에 대한 감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박 의원의 폭로마저 전해지면서 채 총장은 감찰 지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 지시 이후 실제 대검 감찰라인은 점심 직후 대검 청사에 모여 긴급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사들도 채 총장과 대검 감찰본부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감찰 지시 사실을 확인했다.

채 총장은 그러나 이 사실이 연합뉴스에 보도된 지 2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30분께 대검 대변인을 통해 감찰 착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채 총장은 "오늘까지 김광수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바 없다"고 말했다고 구본선 대검 대변인이 밝혔다.

구 대변인은 "총장께서 직접 길태기 대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와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찰 지시가 청와대와 법무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되자 검찰 조직에 미칠 영향 등에 부담을 느껴 채 총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찰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들이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은 필연적으로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의원으로부터 사찰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김광수 부장검사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제기돼 황당하다.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법조 출입 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관련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소설같은 얘기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채 총장은 발언 번복 논란이 일자 "둥지를 깨끗이 하고 이미 떠난 새는 말이 없다"는 말로 개인적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총장은 지난 13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언론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도 같은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채 총장은 오늘까지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박대한 기자 freemong@yna.co.kr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