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3자회담’ 격론 예고 기자회견 연 김한길 “反법치주의 공포정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그는 16일 예정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에서 채 총장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다. 채 총장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기로 못을 박은 것이다. 채 총장 문제를 정치적이 아닌 윤리적인 차원에서 다루려는 청와대의 시각과 현격한 차이가 있어 회담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앞장서서 추진하던 검찰총장을 사퇴시켰다”며 “국정원 국기 문란은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하지만 이번에 검찰총장을 사퇴시킨 반(反)법치주의 행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어렵다. 참 무서운 세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음습한 권력’ ‘공포정치’ ‘증오의 바벨탑’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는 밝고 정의로운 권력이 아니라 음습하고 무서운 권력이 (휘두르는) 공포정치가 엄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법과 규칙은 사라지고 오직 굴종만 요구한다. 섬뜩함과 전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 총장의 사퇴를 ‘검찰 길들이기’로 규정하며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회담의 주요 의제는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의 폐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대통령께서 준비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채 총장 사퇴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3자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판 자체를 깨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회담에서 이번 채 총장 사건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당 관계자는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비공개 최고위 회의와 중진의원 오찬 간담회 등을 잇달아 열고 당내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검찰 수사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진상 규명을 추진해왔던 채 총장이 청와대 개입으로 물러난 만큼 굳이 3자 회담에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는 강경파와 이미 회담이 성사된 마당에 이대로 판을 깰 경우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협상파가 팽팽하게 대립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고민을 거듭하다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여ㆍ야 대표 공동 주최 오찬에서 외국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여ㆍ야 대표 공동 주최 오찬에서 외국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식 대응 나선 청와대 “검찰 독립문제와 별개” 기획경질설 차단 나서

청와대가 15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대응에 나섰다. 채 총장의 혼외자녀 의혹을 특정 언론에 흘린 뒤 법무부를 통해 감찰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기획경질론’이 확산되자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이번 사안은 공직자 윤리에 관한 문제이지 검찰 독립의 문제가 아니다”며 “(야당 등이) 청와대를 이런 방향(사퇴압박설)으로 몰고, 정치적으로 악용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검찰 수장에 대한 의혹이다보니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게 마련인데, 진실이 규명되면 깨끗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냐”며 “그게 본질인데 왜 검찰의 독립 문제로 연결되고, 있지도 않은 의혹으로 몰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에 대해서는 “감찰이 아니라 감찰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채 총장 의혹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진실 규명에 공감하지 않겠느냐”며 “채 총장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진실 규명을 한 뒤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대선·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채 총장이 여권 수뇌부와 척을 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의 반박에 힘을 보탰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채 총장 건은 개인의 윤리문제, 즉 혼외아들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며 “기획설이나 배후설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권이 채 총장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는 것은 16일 열리는 3자 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어렵사리 회담을 성사시킨 상황에서 채 총장 관련 논란이 3자 회담 이후 정국을 더욱 경색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3자 회담 자리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채 총장 문제를 거론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채 총장 개인의 윤리문제이며,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할 것이라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