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표명 둘러싼 정치적 의혹 제기에 "윤리문제"로 선긋기
靑 "대통령도 진실규명 빨리 하라는 뜻 갖고 있을거라 봐"

청와대가 15일 '혼외아들 의혹' 제기 1주일 만에 이뤄진 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 사의 표명과 관련,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고 선후관계를 정리하고 나선 것은 이른바 '청와대 배후설'을 의식한 포석으로 보인다.

채 총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처리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자 언론의 '혼외자' 보도를 매개로 청와대가 검찰 흔들기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확산해 여론의 흐름이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양상을 보여서 인듯 하다.

청와대가 '주파수가 안맞는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끌어내리려 했다는 이른바 '기획 경질론'이 퍼질 경우, 원칙과 투명ㆍ뒷거래 금지 등을 정치적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온 박근혜 정부의 도덕성에 적잖은 생채기를 낼 우려가 있음은 부인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과 경제활성화, 고용증진 등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문제를 갖고 이런 식으로 마치 대통령이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정치권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이 문제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수석이 "이번 사안은 공직자의 윤리에 관한 문제이지 검찰의 독립성에 관한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성격규정을 한 대목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상황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안의 뿌리와 본질은 채 총장 개인의 윤리적 문제인데, 야권이 작정하고 '불순한 프레임'을 만들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자 반격이다.

실제 '국정원 대선·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채 총장이 여권 수뇌부와 척을 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사의표명을 한 채 총장의 사표가 '이례적'으로 수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채 총장 본인에게 진실규명이라는 '결자해지'성 주문을 한 것은 사의표명 과정에 '정치적 입김'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볼 수 있다.

이 수석은 "일반 검사가 아닌 검찰 수장의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가는데도 논란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공직사회 신뢰나 기강확립을 위해서도 본인이 적극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적극적으로 나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가 봤을 때는 법무부의 이번 (감찰 조사는) 불가피하지 않았느냐고 본다"고도 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도 같은 인식임을 시사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공직자 기강확립 차원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이번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직접 확인한 바는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평상시 대통령이 말씀해오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은 진실규명을 빨리 해라, 이런 뜻을 대통령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이런 생각이 채 총장 사의 표명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대해선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사의표명 이전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법무장관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가정이 성립하면, 지난주 이뤄진'감찰 지시'와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침묵을 깨고 '채동욱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는데도, 이미 사의를 표명한 채 총장이 진실규명 '셀프입증'에 나서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꼬일 전망이다.

청와대는 채 총장의 진실규명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감찰과정을 통한 정확한 진술 혹은 유전자 검사를 통한 과학적 확인 등이 예상 가능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검찰총장 자리의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청와대가 설령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다고 해도 채 총장이 사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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