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회담'시 당내 역풍 예상…김한길 리더십 시험대

민주당이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3자 회담 제안을 수용하면서 40일 넘게 전개해온 장외투쟁이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음은 물론이다.

김 대표는 이날 "역사의 전진을 위해서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며 3자회담을 받아안았다.

민주당은 전날 제안이 왔을때만 해도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수용여부에 대한 즉답을 유보한 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겠다'는 식의 '신중모드'였다.

김 대표로서도 지금까지 관례와 달리 의제에 대한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을 수용함에 따라 '의미있는 결실'을 끌어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게 됐다.

김 대표의 회담 수용은 국정의 최고운영자인 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대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담판'을 통해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날로 44일째를 맞은 장외투쟁의 출구를 어떻게든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김 대표간 만남 기회를 놓친다면 '모멘텀'을 쉽사리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초 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형식을 요구했던 김 대표는 3자회담 제안을 수용하면서 "형식 보다는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면서 "관례를 벗어나 사전협의가 필요 없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그 점도 받아들이겠다"며 형식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회복'을 회담의 주요 의제로 내세운 뒤 "박 대통령이 독재정권의 낡은 악습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자, 국민 통합주의자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며 ▲민주주의 위기상황에 대한 사과 ▲국정원 등 국가정보기관 개혁에 대한 분명한 해답 제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악습에 대한 인적·제도적 청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단순히 3자 회담이 이뤄진다고 해서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곧바로 접고 국회에 전면 등원하게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

김 대표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강경한 기류가 강해지면서 '회군'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나기만 하면 천막을 접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며 "장기전을 생각하며 나왔으며, 설까지 갈 수도 있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포괄적 유감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인될 경우 광장을 떠날 명분이 어느 정도 확보되지 않겠느냐는 기류도 있지만, 일부 강경파 쪽에선 박 대통령의 명시적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 철수 여부를 놓고 강온파간 노선투쟁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지난달 27일부터 노숙투쟁에 들어간 김 대표는 52년생이지만 호적상으로는 53년생이어서 오는 17일 공식 환갑을 맞는다.

3자 회담 성과 여하에 따라 '천막'을 벗어나 '환갑상'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갈리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