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불씨 살리기로 장외투쟁 동력확보 '비상'

민주당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빨리 털어내고 이번 사건에 묻혀버린 국가정보원 개혁 이슈를 재점화하는 쪽으로 잰걸음을 하고 있다.

'이석기 사태'를 조기에 매듭짓고 국민적 관심사에서 멀어진 국정원 문제를 다시 끄집어냄으로써 장기화하고 있는 장외투쟁의 동력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이튿날인 3일 민주당 내에서는 이 의원 신병처리에 대한 강경발언이 터져나오는 등 선긋기가 이어졌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이 의원 등 경기동부연합 핵심세력에 대해 '피해망상', '광신교적 분위기'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 의원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제명조치 등을 촉구하며 체포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체포동의안을 처리해 준다는 것은 당론으로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한 신중론도 완전히 사그라진 상태는 아니어서 당론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처리의 절차적 정당성 보장 차원에서 체포안 처리 전 정보위, 법제사법위 소집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속내는 조금 달라 보인다.

특히 법사위의 경우 이 의원에 대한 노무현 시절 특별사면, 복권 문제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의원이었다는 점을 놓고 여권의 파상공세가 예상돼 내심 상임위 개최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민주당은 자칫 '종북 감싸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국정원 수사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석기 사건과 국정원 개혁은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체포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국정원으로 다시 칼끝을 돌릴 태세다.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이후에는 이번 수사의 시기적 문제 등도 도마위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정원의 죄가 털끝만큼도 가벼워지지 않는다"고 했고,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정원 개혁을 위한 민주당의 투쟁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국회에서 하늘이 두쪽 나도 국정원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 수위를 놓고 내부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되는 등 국정원 문제가 다시 국민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지를 놓고는 고민이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강건택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