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등 10대 그룹 회장단은 28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오전 11시30분 청와대 본관 앞에 속속 도착했다. 회장단은 회동 전에 20분간 별도의 티타임을 갖고 이어 11시48분께 오찬장인 본관 1층 인왕실로 들어갔다.

이 회장이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가장 먼저 들어갔고 이어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이 입장했다. 이들은 오찬장에 대기하고 있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반갑게 악수를 했다. 이어 낮 12시에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들어오자 회장단은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나눴다.

인왕실에는 타원형 테이블이 마련됐으며 박 대통령이 가운데 앉고 바로 오른쪽에 이 회장이, 왼쪽에는 정 회장이 자리했다. 박 대통령 맞은 편에는 허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 회장)이 나란히 앉았다.

이날 행사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사회로 진행됐으나 대화가 시작되면서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통령 인사말에 이어 박 회장이 건배 제의를 했다. 건배잔에는 포도주스가 담겼다.

한식으로 준비된 오찬이 시작되자 구본무 LG 회장이 말문을 열었고, 시계 방향으로 돌며 한마디씩 발언을 이어갔다. 배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자리에 앉은 채 3~5분 정도씩 발언했고 주로 투자 계획과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 등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며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박 대통령과 회장단 간 대화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5월과 6월 미국과 중국 순방 때 두 차례 진행한 기업인들과의 대화 때는 대통령이 주로 듣고 나중에 마무리 발언으로 끝냈지만 오늘은 회장들이 건의하면 대통령이 곧바로 답변하고 반대로 해당 그룹에 궁금한 점을 되묻기도 했다”며 “규제 문제 등 회장들의 구체적인 질문에는 현 부총리 등 경제 장관들이 직접 답변한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