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상의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상의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8월 결산국회와 9월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은 소화하되 사안마다 호락호락하게 합의해 주지 않는 식으로 대여 투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외에서도 현재 서울광장에 설치된 ‘천막 당사’를 근거지로 삼아 투쟁 강도를 한층 높일 방침이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전날 ‘중국말광’(中國末廣·주중 국회, 주말 광장)을 내세웠지만 “‘빈손 회군’은 안 된다”는 강경파의 반발로 당내에서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이 이 같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을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나오면서 최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이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등으로 얼어붙었던 정국 경색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해서 여당이 정하는 일정에 맞춰서 따라가기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시간 투자가 양분되는 만큼 천막에서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 눈으로 보되 소처럼 간다)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천막을 칠 때 미리 장기전을 각오했다. 여기서 결코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대로 여당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국조가 끝났다고 해서 투쟁 동력을 낮춘다든지 결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우리가 제시한 각종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원내외 양쪽에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명분 없이 무작정 못 들어간다”(강창일 의원), “추석 전까지 천막(투쟁)에 집중하자”(남윤인순 의원), “장외투쟁에 무게중심을 두자”(김상희 의원) 등 강성 주장이 쏟아졌다. 강기정 의원은 김 대표의 단식 카드까지 거론했다. “국회를 버려선 안 된다”(이윤석 의원), “국민 여론은 국회로 돌아오라는 것”(황주홍 의원 등) 등 등원론도 제기됐지만 강경 분위기에 묻혔다.

원내 투쟁은 당장 8월 결산국회의 의사일정 협상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내대변인은 “앞으로 의사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야가 서로 합의해야 하는 만큼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정원 국조특위 민주당 위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청와대를 방문해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