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특위 청문회

원세훈 "댓글, 선거 개입 아니다"…민주 "뻔뻔"
증인 선서 거부…김용판 "경찰, 정당한 수사"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가 16일 열렸다. 하지만 증인으로 참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야당의 질문 공세에 대해 ‘선별’ 답변하면서 맥빠진 청문회로 끝났다. 국조특위 위원들이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하며 두 핵심 증인을 출석시켰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여부를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여야 모두 기존 주장과 의혹 제기만 되풀이하면서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 치열한 공방 >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등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치열한 공방 >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등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국정원 댓글은 대북 심리전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청문회에서의 발언이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3조1항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인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두 증인은 청문회 내내 쏟아지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줄곧 수세적인 자세로 짧게 답변했고, 예민한 사안에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피해갔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댓글 작업이 원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관련 질문을 쏟아냈지만 원 전 원장은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북한이 2009년 대남공작부서를 개편하면서 사이버 쪽을 엄청나게 강화했고 여기에 대응해 국정원 심리전단을 편성한 것”이라며 “국정원의 댓글 작업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이는 대선 개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자신을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그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거짓말하지 마라”며 원 전 원장을 몰아붙였다.

원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이 정권 홍보성 댓글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당시 국정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찬성, 남북정상회담 찬성 등 이런 정권 홍보 댓글작업을 했는가”라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장 업무 지시 말씀에 종북좌파들 40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다고 했는데, 그게 누구냐”고 따져묻자 원 전 원장은 “언론을 보고 소회를 말한 것이지 업무 지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원 전 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작년 12월13일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대선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13일에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로 국회 정보위를 열었는데, (의원들이) 그 문제보다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하니까, 답답해서 권 대사에게 전화했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정원장이 박근혜 후보의 종합상황실장과 뭔가를 상의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공격했다.

○김 전 청장 “검찰 공소장 인정 안해”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축소·은폐 지시 의혹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검찰 공소장을 거론하며 경찰의 댓글사건 수사과정에서 증거분석 지연과 수사진행 방해를 추궁한 데 대해 김 전 청장은 “검찰 공소장 전체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작년 12월16일 수사발표 전에 권영세 상황실장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김 전 청장은 “전혀 없다. 권 대사를 알지도 못한다”고 부인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차이로 초접전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청장 주도로 경찰이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은 “정당한 수사였다”며 “모든 것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김재후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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